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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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와 요코의 23편 단편 소설 모음집 《영혼 없는 작가》.


작가는 어떤 의미에서 '영혼 없는 작가' 라는 공허함 가득한 제목을 달게 됐을까? 이 책을 선택한 시작점이다. 



다와다 요코는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활동하는 일본어와 독일어 이중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다. 그래서 언어의 경계와 정체성의 모호함에 대해 보다 그녀의 사유가 돋보인다. '언어'라는 소재를 때로는 복합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철적히 해체하면서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 그녀만의 세계를 창조해 나간다. 


나는 나에게 언어를 선물해준, 독일어로 여성 명사인 타자기를 말엄마라고 부른다. 사실 이 타자기로는 타자기 안과 그 몸 위에 지니고 있는 부호들만 쓸 수 있다. 다시 말해 쓴다는 것이 나에게는 이 부호들을 반복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쳐 나는 새로운 언어에 입양될 수 있었다. 

<엄마말에서 말엄마로> p.47

내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그것이 여행자에게 영혼이 없는 이유다. 긴 여정에 대한 이야기는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영혼 없는 작가> p.58

왜냐하면 내가 그녀와  같은 독일어로 말하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길다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낯선 사람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부적> 中 p.101


일본과 유럽을 오가며 이방인 시점으로 써내려간 에세이 같은 단편집을 읽다 보면, 이 책의 제목이 왜 《영혼 없는 작가》인지, 표지의 컬러가 녹색으로 물들어 있는지 하나 하나 해독이 된다. 



그녀는 공중 전화 부스를 '전화방'이라 칭하고, 자신에게 언어를 선물해준 타자기를 '말엄마'라 부르며, 유럽을 비판하는데 달인이라 표현한다. 또한 햄릿의 아버지가 '입이 아니라 귀에 독을 부었던'장면을 거론하며 어쩌면 입이 아니고 귀가 이야기하는 기관이 맞는 것 같다며 세계로부터 인간을 단절하기 위해서는 입이 아니라 귀부터 파괴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문체는 그녀의 다채로운 세계관을 경험하게 한다. 



 <일곱 어머니의 일곱 이야기 >의 첫 문장은  '쉰 살 즈음의 여자들은 인간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존재들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일곱 어머니는 생물학적 어머니가 아닌 다른 어머니로, 의붓어머니, 자궁어머니, 박사어머니, 진주어머니, 어머니점, 어머니대지, 그리고 어머니조차없이외로이라 덧붙인다. 



서재를 자궁처럼 꾸미고 싶다고 하는가하면,  어머니점은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에 있었던 시기에 얻은 피부 위의 얼룩을 이야기하고, 어머니 대지는 고햐을, 어머니조차 없이 외로이는 외로움의 영혼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언제나 자기 말을 들어주는 어떤 인물을 상상한 것이다. 



다와다 요코는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전철에서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이나 독일과 일본을 넘나들며 비교하는 장면들은 세상을 관찰하는 관심이 없다면 그리 자세히 묘사하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독특한데 매력있는 책 《영혼 없는 작가》. 이게 다와카 요코 글의 매력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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