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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신작 《키메라의 땅》에서 인간과 동물 DNA를 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키메라를 창조하고 머지않아 우리가 겪을 5년 후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다.
우주선에 남은 세 명의 과학자를 아담과 하와 그리고 뱀으로 묘사하며 에덴동산에 비유하는가 하면, 이들의 이름을 삐에르, 시몽으로 설정해 주도면밀한 성 베드로와 마법사 시몽의 대결로 묘사하는 기독교적인 재미와 동시에 신화 속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키메라'를 인간의 후계자로 뽑아내는 창의력까지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는지.
2025년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부서지고, 드론 공격과 AI가 전쟁에 투입되며 전쟁의 양상이 달라진 걸 목도했다. 그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소설에서 묘사한 인구를 파멸로 이끈 제3차 세계대전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전쟁이 펼쳐질 거란 걸 너무나도 잘 아니까 더 공포스럽다.
인류의 새로운 희망을 인간과 동물의 결합이라 생각하는 과학자 앨리스 카머러는 위험 인물로 지구에서 우주로 격리되지만, 제3차 세계 대전으로 전 세계의 대도시가 폐허가 되자 우주에서 인간과 동물의 DNA를 결합한 키메라의 배아에 성공해 세 유전체를 데리고 지구로 내려온다.
🦇 하늘에서 살아가는 박쥐 인간 '에어리얼'
🐳 바다에서 생활하는 돌고래 인간 '노틱'
🦡 땅속에서 생활하는 두더지 인간 '디거'
인간의 약점을 보완하고, 어느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게 설계된 새로운 생명체 키메라들. 앨리스는 키메라들은 인간 사회에서 인간의 역사와 교육을 흡수해 공존하며 인간의 후예로 성장하기를 기대하지만, 키메라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면서도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앞세워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나가는데...
책을 읽으면서 '가히 베르나르 베르베르답다'.라는 생각을 했다. 학창 시절 <나무>, <개미>를 읽으면서 그의 세계관에 푹 빠져들어 호기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고양이>,<문명> 등 이제는 인류의 이기심과 교만의 결과에 대해 철학적인 고찰을 하게 만드는 그의 소설은 무섭기까지 하다.
인간이란 존재는 여전히 자신과 다름을 받아들이기 꺼려 한다. 동족이 아니면 차별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혼종의 출현이라니. 상상을 초월한다. 소설 내의 인간들이 보여주는 혼종에 대한 거부감은 단순한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 인간의 본질과, 공존 그리고 AI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상상하게 만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진정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걸까? 되물으며 책장을 덮었다. 파격적으로 변하지 않고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평화를 유지하며 진화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