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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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n 번째 읽은 문학 작품인데, 읽을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이번 데미안은 전혜린 역자의 타계 60주기 기념 복원본이라한다. 그래서인지 문체가 다소 예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헤르만헤세 <데미안> 중 p.158



《데미안》은 한 소년이 친구, 사랑, 죽음에 이르기까지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성장하는 고뇌의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  성장 소설이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선한 누나들의 세계에 살다가 학교에서 만난 프란츠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악의 세계에 대해 눈을 뜬다. 데미안을 만나면서 카인과 아벨에 대해 이야기하며 선과 악에 대한 세계관이 확장된다. 한 소녀에게 마음이 빼앗기지만, 이루지 못할 사랑이기에 베아트리체라 이름 짓고 혼자 사모하는 소극적인 사춘기 소년의 면모도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데미안이 떠나고 방황하던 중 피스토리우스를 만나면서 '아프락사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꿈속에서 본 데미안을 닮은 여인이 실존한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 떠난 길에서 만난 데미안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한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고대하던 에바 부인을 만나 '사랑'에 대해 갈망하던 중, 데미안이 전쟁에 출정하자 자신도 전쟁터로 나간다. 그는 마지막으로 눈을 감기 전에 가질 수 없는 사랑 에바 부인을 느끼고, 자신의 분신 같은 데미안을 다시 만나며 눈을 감는다. 


소설의 전반부는 싱클레어가 외부에 의해 끌려가는 형국이었다면, 후반부는 아프락사스를 향해 나아가며 진취적인 모습으로 변한 싱클레어를 보게 된다. 헤세는 철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명암의 대비를 통해 자신의 영혼의 소리에 집중하며 운명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데미안》에는 주인공 싱클레어가 꿈속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나고, 자신이 그린 그림에서 옛 친구 데미안의 얼굴을 발견하는 장면이 나온다. 헤세는 싱클레어로 하여금 '노발리스의 책을 떠올리며 '운명과 감정이란 같은 개념의 다른 명칭이다.' 그 말을 나는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라며 풀어 나간다. 


싱클레어가 막스 데미안을 떠올리는 장면에 '그리움'의 상징적 의미인 노발리스의 '푸른 꽃'을 연상시키는 헤르만 헤세. 순간 전율이 일었다. 낭만주의의 대표작인 노발리스의 <푸른 꽃>에서도 주인공 하인리히가 꿈속에서 환상과 현실의 갈등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비슷한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치던 단편적인 문장들도,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엮여 있는 문장들을 알아차리는 재미가 있다. 명작들은 연령과 경험에 따라 작품 이해도가 달라진다는 말을 다시금 와닿았다. 머잖아 <푸른 꽃>도 다시 읽어 봐야겠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인간의 숙명이다.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한발 한발 내딛는 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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