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여는 문단부터 마음에 쏘옥 든다. 미술 전시를 보며 작품 감상에 빠지게 된 계기가 바로 작가들의 사유를 작품화한 예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철학적 사고를 하는 동시에 힐링하는 그 순간의 묘미가 매력적이었다.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도구로서의 예술에 대해 강조하는 저자는 예술가들의 삶 그리고 예술가들이 활동하던 시대적 배경과 문화가 작품 속에 어떻게 녹아있는지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명화와 시대의 만남》을 집필했다고 한다. 저자의 바람처럼 한 챕터 한 챕터 작가별로 소개하면서 미술 사조의 연대기적 흐름과 작가 개개인의 배경적 지식으로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하는 심미안을 높이기 충분해 보인다.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예술 관련 서적이 쏟아지면서 비슷비슷한 책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아마 예술 감상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색다른 책이 없을까?'라는 갈증이 조금 있을 거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복기 차원으로 읽는다 하더라도 소개하는 작품이나 설명도 비슷비슷해서 참신함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명화와 시대의 만남》도 모든 작가와 소개되는 작품이 엄청 차별화되어 있는 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상당수다. 그러나 작가에 대해 그리고 작품의 특징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작가 한 사람의 전기를 압축해 놓은 듯한 챕터의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40세가 안되는 나이에 요절한 빈센트 반 고흐만 하더라도 거의 30페이지의 지면을 할애하면서 태생부터 화가의 길에 들어선 배경, 초기 작품 기법, 파리에서의 고흐의 삶, 남프랑스 아를에 정착해 변화한 작품 방식, 고갱과의 일화, 정신병원에서의 고흐, 영혼의 지지자 테오와의 고흐, 그리고 고흐의 사후까지 톺아본다. 찬찬히 책을 넘기며 읽다 보면 빈센트 반 고흐의 면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작품에 변화가 생기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흐름을 읽어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