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베르베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진주는 귀금속인지 보석인지 따져 보고, 미혼의 클림트가 사후 양육비를 지급하게 된 사연 등을 소개하며 '이재훈의 예술 속 법률'중 25편의 에피소드를 엮어낸 책이다.
색다른 변호사의 예술작품 감상법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예술작품을 감상하던 중 실제 우리나라에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 어떻게 법적으로 판결이 날까?라는 호기심에 칼럼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중 몇 편을 소개하면, 우선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여인>을 다룬 「집시의 주민등록」 에피소드는 제법 흥미롭다.
집시의 유래설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집시가 살지 않는 나라는 그린란드,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라며 만약에 우리나라에 집시가 있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짚어본다.
우리나라에는 주민등록제가 있어 해당 관할구역 안에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거주지를 가지는 경우에는 전입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등록하여야 한다고 고시되어 있다. 등록을 한 자가 거주지를 이동한 때에는 새로운 거주지에 전입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신 거주지의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직까지는 집시가 없어서 사례가 없지만, 무허가 주택 전입신고나 위장 전입신고 사례의 경우 징역 1년까지 선고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반려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예전부터 고양이가 인간과 가까운 존재는 아니었다. 중세 시대에는 불길한 존재로 치부되었던 고양이가 근대 시기부터 인간이 사랑스러운 동반자로 인식되며 예측 불가능한 고양이의 성향은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장화 신은 고양이」부터 뮤지컬 캣츠의 원작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이어 SANRIO의 캐릭터 헬로 키티, 일본의 행운의 복 고양이 '마네 키네코'까지 길들이기 어려운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 변화를 살펴본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동물보호법과 연계해 유기 동물에서 배제되는 동물이 고양이지만, 보호 관리받을 수 있는 예외 상황은 어떠한지 알려준다.
이외에도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일화 아폴론의 장난에 큐피드의 복수로 비극의 러브스토리 '아폴론과 다프네'를 에피소드는 가장 현실적인 부분으로 와닿았다. 화가 난 큐피드는 황금 화살과 납 화살을 각각 아폴론과 다프네에게 쏨으로써 아폴론은 다프네를 열렬히 사랑하게 만들고, 다프네는 아폴론을 혐오해 월계수 나무가 되고 만다.
과거에는 이를 신들도 시기와 질투를 하는 정도로 해석했다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해석하는 관점에도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통합 논술 문제에 '아폴론과 다프네'의 이야기 중 아폴론의 사랑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서술해 보라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고 한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면 혐오하고 관심 없는 사람의 지속적인 구애로 불안함을 느낀다면 스토킹 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스토킹 범죄 사례와 스토킹 처벌법도 연계해서 정리하면서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직업병이 취미와 결부되면 또 다른 재미가 생긴다는 걸 아낌없이 보여준 책이 아닐까.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미 많이 접한바, 또 다른 시각의 미술/예술 감상책을 찾고 있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