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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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꿀벌과 천둥>등 다작하는 작가로 유명한 온다 리쿠. 스릴러부터 판타지, 동화 등 스펙트럼이 다양해 그녀의 끝은 어딘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온다 리쿠의 데뷔 30주년 기념작인 신간 장편 소설 《스프링》은 구상과 집필에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 번에 4권 정도를 동시에 쓴다던 온다 리쿠가 10년에 걸쳐 완성한 소설이라니 호기심이 안 갈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베스트셀러 〈꿀벌과 천둥〉을 뛰어넘는 최고의 소설이라 호평받으며 일약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라 기대치 역시 높았다.

전율케 하라

생김새마저 예쁜 천재 발레 소년들의 성장통을 아름답게 그려낸 또 하나의 수작 《스프링》은 스승을 자처하게 만드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갓벽한 외모를 지닌 천재 발레 꿈나무 요로즈 하루는 '발레는 꽃집'과 같다며 독특한 시각으로 어린 시절부터 비범함을 아낌없이 뽐낸다. 이후 '세상을 발레로 연주하는 남자', '꽃밭의 나비 같은 녀석'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천재 발레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성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세상에서 빛을 뿜는 시간까지 생생하게 지켜보며 맛보는 카타르시스. 영상화가 시급한 소설이다.

지금껏 발레 공연은 '호두까기 인형'외에는 지루하게 느껴져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저자가 주인공 하루를 통해 안무를 짜는 과정과 춤으로 승화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 덕분인지 발레가 이토록 매혹적인 종합 예술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은 같은 춤이야.

천국도 지옥도 단어만 다를 뿐 같은 것을 가리키고 있다고.

같은 춤.

우리는 안과 겉 양쪽에서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정육 속의 전율을

살육 속의 관능을

양쪽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이 인간의 천성이라는 사실을.

스프링 中 p.344

봄은 죽음의 계절.

스프링 中 p.406

꽃이 피는 계절인 봄, 그래서 봄은 내게 싱그럽고 생명의 계절이었다. 그러나 온다 리쿠는 '봄은 죽음의 계절'이라 명명한다. 나이를 먹고 노년에 들어서면 해마다 봄이 두려워진다고, 겨울을 극복했다는 기쁨보다 살아남아 봄을 맞이한다는 힘겨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에 봄의 제물이 되기로 결심하는 주인공은 작품에서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스프링》은 어둡고 망막한 심연으로부터 빛이 닿는 곳으로 나아가며 무아지경의 순간, 환희에 가득 차 빛으로 하나 되며 막을 내린 하루의 솔로 무대인 '봄의 제전'으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발레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 듯 빨려 드는 몰입감은 소설을 읽는 독자들을 전율케 하기 충분하지 않을까.

노스텔지어의 마술사라는 별칭을 지닌 온다 리쿠의 소설에는 그녀만의 아련한 감성이 녹아 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은은한 희망의 빛을 뿜어내는 매혹적이라 계속 그녀의 글을 읽게 된다. 하루는 그녀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온다 리쿠 특유의 감성이 잘 녹아 있었던 작품 《스프링》. 그녀의 차기작도 망설임 없이 선택할 거다.

정말 잔혹한 건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다. 이제는 그녀의 손도 목소리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기억하는 나 역시, 이윽고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에 삼켜지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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