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러운 과거를 지닌 사람들이 은퇴 후 모여 사는 조용한 동네에 시체 한 구가 발견되면서 잇따른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범상치 않은 은발의 노인들의 행동에 의아하던 경찰 조는 부동산 중개인 고모로부터 그들의 과거를 알게 되는데...
《스파이 코스트》는 설정부터 반전이다. 평범해 보이는 은발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전직 CIA 요원이었고,
젊은 시절 누구도 믿지 못하는 외로운 삶을 살아온 이들이 은퇴 후에 같은 길을 걸었던 동료들과 모여 '마티니 클럽'이란 북클럽으로 따스한 온기를 전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은퇴 후 안온한 삶을 희망하던 전직 CIA 요원 매기 버드를 낯선 여성이 찾아오며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그녀는 매기가 마지막 임무에서 함께한 다이애나의 행방을 물으며 그녀의 아픈 과거를 들춰내는가 하면, 매기의 집 마당에 시체로 전시되어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이다.
스파이 소설답게 방콕, 영국, 튀르키예, 이태리, 미국을 오가며 화려한 배경이 재미를 더하는 《스파이 코스트》. 그러나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매력적인 주인공들과 촘촘한 플롯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가야 하는 스파이들의 삶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숨어들었지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온 매기. '냉혈한으로 살아야 하는 스파이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에는 진정한 사랑과 우정이 빛났다'는 인간적인 서사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노련한 스파이들은 현역 경찰보다 번번이 한발 앞서는 실력을 겸비한지라 유머러스하면서도 세월의 무색함을 느끼게 한다. 수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의 은퇴 후 삶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