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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명상록 읽기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지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평점 :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신작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기반으로 '행복이란 무엇인지','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철학적 고찰을 다룬다.
5대 철인 황제로 불리는 스토아 대표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전美 대통령 빌 클린턴이 매년 2번은 읽는 책이자, 역대 미국 대통령이 가장 많이 읽은 고전이다. 불안정한 전장에서 황제의 철학적 사유가 담긴 인생의 기술이 집약되어 있어 필독서로 꼽힌다.
괴로운 일,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이씨더라도 철학이 버팀목이 되어주면 그곳은 누구에게도 침범당하지 않는 안식처가 되겠지요. 그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으면 일상이 그저 괴롭기만 하지 않을 겁니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행복한 삶을 꿈꾼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행복이란, 쾌락과 고통을 이겨내고,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으며, 결코 기만과 위선을 행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행함과 행하지 않음에 좌우되지 않는 자가 되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모진 풍파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유유히 살아갈 때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나의 마음을 관찰하고, 지키면서 살아가야 한다. 인생은 마음만 견고하다면,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무너지지 않는다는 시공간을 초월한 인생의 지혜를 담담하게 전한다.
타인의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한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자기 마음의 움직임에 끊임없이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불행해진다. (2·8)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대했을 때, 그 사람에게 계산서를 내미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은 계산서는 내밀지 않더라도, 상대를 마음속에서 채무자로 여기며 자신이 한 일을 의식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자신의 행위를 의식하는 일 없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알지 못하니, 열매를 내주고는 그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포도나무와 닮았다. 포도나무가 때가 되면 다시 열매 맺는 일로 옮겨가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도 큰 소리로 떠들지 않고, 다른 일로 옮겨간다. 또 달리는 말, 사냥감을 쫓는 개, 꿀을 모으는 꿀벌처럼 선행을 베푼다. (5·6)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의 행위를 의식하지 않는 사람, 즉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열매를 내주고는 그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포도나무'에 비유한다. 자신을 향한 관심을 타자를 향한 관심, 공동체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 아들러의 목소리와도 닮았다. 기브 앤 테이크에 연연하지 않고, 타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호의를 베푸는 것, 다른 사람의 행함과 행하지 않음에 좌우되지 않는 자가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선과 악을 구별하는 안목을 지니되, 선악무기한 것으로부터 초연하게 가혹한 운명일지라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오늘을 마지막 날인 것처럼 현재에 집중하며 삶의 의미와 행복에 관해 생각하는 철학 하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수많은 명작 가운데서도 매년 읽어야 하는 도서로 꼽힌다는 『명상록』을 보다 쉽게 접근하게 해준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초반부는 편집이 다소 올드하게 느껴졌는데, 읽을수록 책장이 잘 넘어간다.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술을 알려주는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2024년이 가기 전에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