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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평점 :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제작하기로 한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신간 소설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1930년대 미국의 흑인과 유대인들에 대한 차별을 중심으로 미국 소시민인 이민자들의 삶을 집중 조명하며 '사랑의 연대'에 대해 그려내는 따뜻한 소설이다.
1972년 6월의 어느 날, 펜실베니아 포츠타운에 자리한 치킨힐의 오래된 우물 바닥에서 유골이 발견된다. 경찰들은 여든에 가까운 유대인 노인 말라기의 집을 방문하고 용의자로 지목한다.
하지만 '허리케인'이라는 첫번째 에피소드의 제목답게 치킨힐에 유대인에게 불리한 증거는 더이상 찾을 수 없게 된다. 허리케인 아그네스가 4개 카운티의 전기를 끊고, 폭풍이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끝장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인 말라기도 감쪽같이 사라진다.
소설에 수많은 등장 인물이 소설의 몰입도를 다소 약하게 하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가 되는 이야기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이란 나라를 적확하게 표현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잔혹한 정신병원에 구금된 흑인 소년 도도를 구하기 위해 이해득실을 떠나 서로 연합해 노력하는 장면은 뭉클했다. 지배층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고 보호하면서 대화를 통해 빛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것 같다.
흑인 아버지와 유대인 백인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저자의 글이라 사실적 묘사가 더욱 와닿았고, 이민자들의 삶에 대해 그려낸 작품들이 주목되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자신들의 잔혹한 역사를 바로 보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는 시민 의식은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인간이란 무릇 올바르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타인을 사랑해야 한다는 기본 진리를 전하는 소설 《하늘과 땅 식료품점》. 번역과 편집이 매끄러운 덕에 책장도 제법 잘 넘어가니 이번 기회에 점점 영향력이 커지는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소설을 접해 보시길 추천한다.
빛은 서로 다른 문화 간의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서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