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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BBC 드라마 『캐드펠』의 원작 소설,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한국 출간 완간 30주년을 기념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중세 덕후에 추리소설 러버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1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으로부터 2년 뒤,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되어 온 골육상잔의 여파가 슈루즈베리 목전에 당도해 전쟁의 위협이 드리워진다.
역사 추리 소설로 일가견이 있는 작가 엘리스 피터스는 《시체 한 구가 더 있다》에서 1138년 잉글랜드,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왕권 다툼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캐드펠이 있는 성 바오로 수도원은 스티븐 왕에 반역한 포로들이 모조리 처형되자 시신들을 수습하기에 나선다. 그러다 유독 눈에 띄는 사체가 있었으니, 캐드펠 수사가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더욱이 처형한 시체는 94구라 하였으나, 수도들이 수습한 시체는 95구, 시체 한 구가 더 있었던 것이다.
부지런한 농부이자 약제사로 살아가는 캐드펠 수사는 무질서한 시대에조차 허용되지 않는 은밀한 살인이 그가 선택한 삶의 평온을 깨뜨릴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캐드펠의 독백. 이번 편에서도 캐드펠 수사는 어떠한 기지를 발휘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사건을 풀어나갈지 기대를 자아냈다.
캐드펠은 한 젊은 청년이 여러 포로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처형되었음을 간파하고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보고 왕에게 당당히 사체 부검 소견을 밝히는 과정은 형사 못지않다. '증오가 없어도 살인할 수 있다'라는 인간의 단면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행하는 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게 우선이라는 저자의 생각이 수도사들과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 게 아닐까 싶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 듯한 묘사와 더불어 전투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해 시각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중세 시대 수도사로 인생 2 막을 시작한 캐드펠 수사가 또 다른 유형의 훈련을 받게 된 것도 바로 과거에 대한 깊은 자책감에서 비롯되었다라 고백하는 장면은 그가 수사로 거듭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동시에 그의 고뇌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다재다능한 캐드펠 수사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요소는 바로 젊은 청년들이 서로의 짝을 만나 안전한 곳으로 무사히 떠나보내는 역할이었다. 이번 편에서도 그의 재치와 따뜻한 성품이 여지없이 발현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전편보다 그의 인간미가 한층 더 묻어났던 것 같다.
역사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추리소설의 고전을 찾아 읽고 싶은 독자라면,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를 비롯해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펼쳐보시길 추천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추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알게 되면, 신이 인간에게 행하실 정의와 자비에 대한 확신에 그늘이 드리울 수 있으니까. 시간이라는 잔혹한 불의의 시야에서 사라져 늘 영원 속에 거하는 경지에 이르려면 인생의 절반은 지나 보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