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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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버』로 나의 관심을 확 끌어냈던 작가 콜린 후버의 장편소설 《리마인더스 오브 힘》. 심리 묘사가 탁월한 소설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 

비극적인 실수로 자신의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부서져 무너져내렸던 케냐. 그녀는 남자친구 스코티의 죽음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유죄 판결 받고 5년형을 선고받는다. 뱃속에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모른 채. 



감옥에서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 케냐는 아이를 낳아 디엠이라 이름 짓고, 양육권을 스코티의 부모에게 맡긴다. 출소 후 디엠을 만나겠다는 희망으로 살아온 케냐에게 스코티의 부모는 디엠을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여기서 또 케냐에게 새로운 운명의 상대가 등장하며 또 다른 로맨스가 피어난다. 



하지만 로맨스 장인 콜린 후버는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쉴 새 없이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하게 하는가 하면, 상대가 하필이면 절친을 죽음으로 이끈 자신이 그토록 미워하던 여자라는 사실에 절망하게 한다. 얄궂은 운명의 장난에 씁쓸해하면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며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후회는 멈춤 속에 우리를 가두는 거야. 감옥처럼 말이야. 네가 여기서 나가면 재생 버튼을 누르고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마. 

세상의 수많은 사건사고가 '술'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왜 그리도 술을 멀리하지 못하는 걸까. 애초에 케냐가 음주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사고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터. 한순간의 실수가 빚어낸 엄청난 파장으로 무너진 세계가 다시 제자리를 잡아가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세상에는 수많은 고난이 존재한다. 내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마주하는 고통이 허다한데, 굳이 내가 조심할 수 있는 부분에 여지를 줄 필요가 있을까. 아마도 내가 술을 먹지 않는 1인이라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이유로 케냐를 용서할 수 없어 손녀딸도 엄마 없이 살아가게 하는 이기심이 허물어지는 장면 등 나의 아픔 앞에 타인의 아픔을 볼 수 없는 인간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저자는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인간이 위기 상황에 닥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는 사실을. 의도와는 다르게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상처로 멍투성이가 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응어리를 풀어 내일로 나아가게 만드는 시작은 '용서'에 있음을 담담히 전하면서. 자신을 '용서'하고, 타인을 용서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평화로운 내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말이다. 



엄마를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엄마의 사소한 행동마저 닮은 딸아이. 다섯 살에 엄마를 처음 만난 날, 스스럼없이 엄마 품에 안기는 아이의 모습은 소설 안팎의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책을 덮으며 콜린 후버의 아성이 '로맨스의 장인'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친 듯이 불안해졌어. 앞으로 우리의 삶이 영원히 바뀔 거라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거든. 한순간의 실수가 우리의 길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모든 것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고, 절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리마인더스 오브 힘 p. 320

리마인더스 오브 힘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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