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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평점 :
지난 10년간 600만 부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조엘디케르 현상을 일으켰다는 소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내가 만난 조엘디케르의 두번째 작품이다. 결론은 아마도 내 책장 한 칸은 조엘디케르의 작품들이 자리하게 될 것 같다. 그의 다른 책들도 다 읽고 싶으니까.
인생은 기나긴 추락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
잘 추락하는 방법을 아는 건 무엇보다 중요해.
1975년 8월 30일, 한적한 마을 오로라에서 금발의 아름다운 15살 소녀 놀라가 한 남성에게 쫓기다 실종된다. 33년이 지난 어느 날 놀라는 베스트셀러 작가 해리 쿼버트의 마당에서 놀라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해리 쿼버트의 화제작 '악의 기원' 원고를 품고 유골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작가 해리 쿼버트는 용의자로 구속되고, 해리 쿼버트의 수제자 마커스 골드먼이 스승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33년간 베일에 감춰졌던 사건의 진상들이 하나하나 수면 올라온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권당 500권이 넘는 2권의 책으로, 분량이 상당하다. 그런데 작가가 말미에 '좋은 책은 다 읽어버린 걸 후회하게 만드는 책이다'라고 얘기했듯, 읽고 나서 책의 표지를 다시 보며 책을 음미하게 만드는 지루할 새 없는 소설이다.
탐스러운 수국이 흐드러지게 핀 구즈코브 저택을 그려낸 화려한 책 커버를 나란히 두고 보니, 같은 표지인 듯하지만, 1권은 붉게 물든 핑크빛 하늘이, 2권은 어둠이 내려앉은 구즈코브 저택에 불 켜진 방 하나란 차이가 있었다. 읽기 전에는 단순히 낮과 밤을 그려낸 걸까 싶었겠지만, 완독 후 감상평으로는 2권에서 마커스 골드먼이 페리 게할로우드 형사와 함께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밝혀지는 또 다른 진실들, 놀라의 과거사와 오로라 마을의 추악한 민낯 그리고 또 다른 반전 등 어둠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에서 언급되었던 책이기에 더 호기심이 갔었다.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 안에 자본시장의 논리에 흠뻑 젖은 출판계의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부분, 목사도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설파하는 가 하면, 상처받은 아이의 뒤틀린 인생의 처연함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포장한 작가의 필력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올여름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을 찾고 있다면, 조엘 디케르와 함께해 보시기를.
시간 순삭 소설로 강력 추천한다.
당신이 어디로 도망치든 당신이 현재 고민하는 문제들은 당신의 여행 가방 속에 숨어들어 당신을 따라올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악마를 거느리고 산다.
다만 자기 안의 악마가 벌인 짓을 어디까지 수용해 줄지 여부는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