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의 160편의 동화 중 특이한 요소를 가진 잔혹동화들만 모아 엮은 책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Andersen, Memory of Sentences)》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인간의 욕망과 허영심의 민낯을 낱낱이 공개한다.
Everything you look at can become a fairy tale and you can get a story from everything you touch.
당신이 본 모든 것이 동화가 될 수 있고, 당신이 만진 모든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The Elf of the Rose - 장미의 요정 中
《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Andersen, Memory of Sentences)》에는 총 16편의 동화를 네 가지 부제로 나눠 소개한다. 1부 인간을 파멸시킨 욕망 잔혹 동화로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 〈빨간 구두〉, 〈돼지 치기 왕자〉, 〈사악한 왕자〉를 시작으로, 2부는 목숨과 맞바꾼 사랑 잔혹동화라는 부제로 〈인어 공주〉, 〈장미의 요정〉, 〈어머니 이야기〉, 〈외다리 병정〉의 문장들을 살펴본다. 3부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마법 잔혹동화에서는 〈눈의 여왕〉, 〈부시통〉, 〈길동무〉, 〈백조 왕자〉를, 마지막 챕터에서는 〈마쉬 왕의 딸〉,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하늘을 나는 가방〉의 문장들을 살펴보며 사유에 묻히게 하는 철학 잔혹 동화로 분류했다.
첫 번째 잔혹 동화로 소개하는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는 안데르센의 모든 잔혹동화를 통 들어 가장 잔혹한 동시에 재밌는 동화로 평가받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는 한마을에 사는 클로스라는 이름을 지닌 두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 그들의 귀로까지 담담하게 그려낸다.
박예진 큐레이터는 이 동화는 노력과 인내의 가치를 강조하는 동시에 누군가는 성공을 위해 불공정한 일을 행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특히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는데, 당시 덴마크는 경제적 불황으로 식량이 부족해 많은 이들이 굶주린 힘든 시간을 보냈으나, 권력자와 부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일삼았던 상황을 반영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자기의 이해득실을 위해서는 선과 악의 경계, 선을 언제든지 넘나들 수 있다는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동화의 행복한 장면만 보아왔다. 그러나 실제로 동화는 우리네 현실과 많이 닮아있다. 저자는 인생의 풍파를 다 겪은 후에서야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현실에서도 똑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는 해석이 정곡을 때리는 것 같다.
안데르센의 잔혹한 동화이야기 16편은 관계의 본질에 대해 깊이 톺아보는 동화라 어른들이 읽어보면 좋은 동화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