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너머의 클래식》에서 소개된 교향곡의 시대적 배경이 유럽이 전쟁과 혁명으로 몸살을 앓던 1780년 대부터 1937년까지라 당대의 급변하는 시대상이 녹아 있다.
천재들의 속 이야기들 어찌 재미없을 수 있을까. 이를테면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가 음악사에 남을 명곡을 세 곡이나 단번에 작곡한 이유는 하이든에 대한 라이벌 의식 때문이었다는 항설, 모차르트가 베토벤의 음악적 자질을 단번에 꿰뚫어 본 일화,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소절 '다다다단~',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의 첫 소절 '다다다단'에 대해 베토벤에게 질문하자, 베토벤은 '운명이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에서 유래되어 <운명>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 '모차르트 > 하이든 > 베토벤'의 세대교체 과정을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채워나가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교향곡 역사의 최초이자 최대의 혁명가로 베토벤을 꼽았다. <영웅>은 교향곡의 규모를 비약적으로 확대했고, <운명>은 4악장을 유기적으로 구성했으며, <전원>은 악기만으로 연주되는 교향곡에 '어떠한 것을 그리는 음악'이라는 가능성을 부여하며 표제음악의 효시로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이외에도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명곡이 된 프란츠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8번 미완성 교향곡'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슈베르트는 31살에 생을 마감하면서도 600곡 넘는 작품을 남겨 사후에 유명해진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사후 유명해진 예술가들에게는 늘 조력자들이 있었다. 반 고흐에게 동생 테오가 있었듯 슈베르트에게는 형과 슈만이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
슈베르트의 형은 슈베르트가 죽은 이후에도 동생의 방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어느 날 슈베르트를 기리기 위해 안젤름을 방문한 슈만은 <그레이트>라 불리게 될 교향곡 악보를 발견하고, 명곡이 될 교향곡임을 알아보게 된다. 이에 슈만은 슈베르트의 형의 동의를 얻어 이를 멘델스존에게 보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슈만과 멘델스존은 슈베르트의 명작 '미완성 교향곡'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모음 악보를 안젤름이 가지고 40년이나 침묵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완성> 교향곡이 43년 만에 초연하게 된 이유와 미완성 곡으로 남은 이유 등을 짚어본다.
《악보 너머의 클래식》을 읽으며 해당 교향곡을 BGM으로 틀어 놓고 책을 읽었더니 음의 강약 조절을 통해 질서를 부여하는 교향곡의 선율이 악장의 생동감과 웅장한 밸런스 조화롭게 느껴진다.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듯 보다 섬세하게 다가왔다.
불후의 10대 교향곡의 탄생 배경에 대한 교양을 채우고 싶은 독자에게 《악보 너머의 클래식》 일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