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 - 역전 흥부, 당찬 춘향, 자존 길동, 꿈의 진실게임, 반전의 우리고전 읽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2
유광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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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친숙한 조선 고전 『흥부전』, 『춘향전』, 『홍길동전』, 『구운몽』을 재해석한 이야기꾼 유광수 교수의 《욕망으로 읽는 조선고전담》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흔히 '흥부와 놀부'하면, 욕망의 화신이자 동생을 내쫓은 못된 형 놀부와 가련한 동생 흥부로 묘사된다. 그러나 저자 유광수 교수는 흥부를 욕심쟁이라 일갈한다. 



저자는 흥부전이 조선 후기의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가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한다. 당시 재산상속이 남녀 차별 없이 공평하게 이루어졌음을 감안하면 흥부 역시 놀부와 비슷하게 상속을 받았었을 것이라 가정할 수 있다. 놀부는 자신이 스스로 부를 축적한 반면에, 흥부는 돈을 벌 생각은 하지 않고, 다 써버린 뒤에 가난해졌다는 이야기다. 



좀 더 심층적으로 흥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이유를 흥부는 자신이 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모양이 빠진다고 생각했고 이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자신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원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의 그 충격을 견뎌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큰 '겁쟁이'이자 '욕심쟁이'라는 것이다. 주제 파악도 못하고 남 돕는데 앞장서 남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멋진 척만 하는 '얼빠진 호구'라는 비유는 우리가 어린 시절 흥부전을 해석했던 시각과 많이 달라 흥미로웠다. 



또한 흥부전을 우애가 아닌 '욕심'이라는 본질로 파헤쳐 나가며, 흥부와 놀부의 모습은 극단적인 선악의 양상이 아니라, 둘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마치 거울을 마주한 듯 똑같이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제비에게 선행을 베푼 흥부의 결실과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려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는 놀부의 모습도 비슷하다. 박을 한 번에 하나씩 열지 않고, 모든 박을 다 깨뜨려 확인한다는 부분도 무척 닮았다. 게다가 놀부의 박에서 놀부의 재산을 탕진하게 만드는 것들 역시 불필요하게 남을 돕는 상황이었으며, 이윽고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힘들게 하는 놀부와 흥부는 욕심쟁이 닮은 꼴 형제라는 사실에 실소를 자아낸다. 



이외에도 『춘향전』은 기생 신분의 춘향이 수청을 거부한 것은, 이몽룡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투쟁이었다는 해석, 『홍길동전』의 홍길동은 영웅으로 태어났던 게 아니라 시대가 필요로 하는 영웅이었다는 점, 우리 민족의 고전은 『구운몽』을 뛰어넘는 작품이 없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푹 빠져 우리나라 고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층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이번 인생명강 시리즈도 성공적이었다. 

우리나라 고전 문학을 좀 더 재밌게 접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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