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밤중에 형 마이클 캐닝햄이 한 남자를 죽였다며 어니스트 캐닝햄을 찾아온다. 형의 살인을 목격한 어니스트는 형을 고발하고 결국 마이클은 3년형을 선고받는다. 이로 인해 어니스트는 가족과 소원해진다. 3년 후 형의 출소를 환영하기 위한 가족 모임에 초대받고, 눈 덮인 오두막에서 또 다른 시신이 발견되는데...
《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는 범죄 소설 작법에 대해 책을 쓰는 작가이자 변호사로 등장하는 '나' 어니스트 캐닝햄을 화자로 전개해 나간다. 어니스트는 로널드 눅스의 「탐정 소설 십계명」에 의거해 사건을 서술하며, 이 책에는 자극적인 성적 묘사가 없다는 사실과, 어느 페이지에 사람이 죽는지 미리 알려준다는 점이 새로웠다.
※로널드 눅스의 「탐정 소설 십계명」(1929)
하나, 범인은 반드시 소설 초반에 언급된 인물이되 독자가 생각을 지켜볼 수 있는 인물이어선 안 된다.
둘, 초자연적이거나 불가사의한 수단은 당연히 제외된다.
셋, 비밀의 방이나 비밀 통로는 하나까지만 가능하다.
넷,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독극물이나 마지막에 과학적 설명을 길게 보충해야 하는 장치는 사용하지 않는다.
다섯, 작가의 말: 문화적으로 구시대적인 역사적 표현이라 삭제함.
여섯, 탐정은 우연의 도움을 받아선 안 되며, 근거 없는 직감을 사용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혀서도 안 된다.
일곱, 탐정 본인은 절대 범인이어선 안 된다.
여덟, 탐정이 발견하는 단서는 독자가 추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즉각 보여야 한다.
아홉, 탐정의 어리석은 동료인 왓슨 같은 인물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을 숨겨선 안 된다. 그의 지능은 일반적인 독자보다 약간, 아주 약간 모자라야 한다.
열, 적절한 복선이 없다면 쌍둥이 형제나 꼭 닮은 인물은 등장해선 안 된다.
초반부는 등장인물이나 배경 설명이 조금 호흡이 느린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캐닝햄 가족의 어두운 과거사가 하나하나 수면 위로 올라올수록 소설의 진행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형을 고발한 어니스트는 형이 자신을 미워할까 걱정하지만, 3년이 지나고 재회한 형은 동생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또 다른 위기 앞에 '어니스트는 무언가를 바로잡는다'라며 동생을 신뢰한다.
"나는 아무도 안 믿어. 내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너만이 법정에서 일어나 나를 비난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옳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너라는 거지."
눈 쌓인 리조트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폭풍. 담담한 듯 이어가는 내러티브와 대조적으로 결말에 이를수록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진실들과 마지막 반전까지 매력적인 서스펜스를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