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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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의 저자 이기주 작가는 《보편의 단어》에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개인의 정체성과 그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는 무관하지 않다고. 어쩌면 우리의 정서와 사유 체계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신비주의 작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저자는 강연과 매스컴을 꺼린다. 그가 강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강연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음을 책에 털어놓았다.

 

'모름지기 작가라면 말보다 글을 우위에 두어야 하는 법인데 이렇게 살다가는 글보다 말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내가 대단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아닌데 한두 시간 강연에 이렇게 큰돈을 받아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계속 말을 낭비하다가는 책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강연을 위해 책을 파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강연을 일절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적절한 거부를 통해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고 마음의 중심을 잡을 거라는 그의 글을 보며, 그가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저자의 삶을 응원한다.

 

이기주 작가의 산문집의 매력은 우리의 일상을 섬세하게 톺아보는 데 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을 책장에 꽂힌 책에 비유하는 것도, 연필과 인간의 삶이 묘하게 닮았다는 부분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듯 건네는 그의 글이 좋다.

 

어떤 면에서 사랑은 서로의 삶을 포개는 일이다. 책장에 꽂혀 있는 각각의 책이 저마다의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옆에 있는 책에 기댄 채 비스듬히 서 있는 모습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낀다고 해서 내 쪽으로 그 사람을 억지로 끌어당겨선 안 된다. 둘 사이의 공간이 사라져 상대도 나도 힘겨워질 수 있다. 잘못하면 둘의 관계 자체가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다.

이기주, 보편의 언어 中 p.121

 

훈수 두기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기 때문에 타인을 향한 지적질을 멈추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는 그의 일갈은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말의 진중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대화를 나눌 때 자기 생각과 감정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다. 상대의 기분을 언짢게 하지 않으면서 부득이 고쳐야 하는 지점만 콕 집어 말한다. 언어를 낭비하지 않는다.

이기주, 보편의 언어 中 p. 217

 

마지막으로 《보편의 언어》 중간중간 소개되는 작품 해석도 취향 저격이었다.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 등 대부분 읽은 책이라 그런지 그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기주 작가의 문학 작품 해설집 같은 독서 에세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따스한 커피나 티 한 잔과 함께 느긋한 오후의 독서를 즐기고 싶은 분,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대에 누워 읽기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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