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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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시리즈 네 번째 도서 《기도를 위하여》는 김말봉 작가와 박솔뫼 작가의 작품을 어어간다.

 

김말봉 작가의 『망명녀』를 시작으로 『고행』, 『편지』

표제작인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

그리고 에세이 『늘 한번은 지금이 되니까』로 구성되었다.

 

미자와 방종의 한밤을 보내고 난 뒤면 내 아내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참회를 하고 싶도록 나의 사랑은 아내를 향하여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나는 미자와 같이 있는 시간을 단지 '장난'으로 생각을 하였습니다.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자신이 뚜렷하면서도 나는 그날그날 미자의 끄는 대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기도를 위하여 『고행』中 p.65

 

『고행』은 불륜남의 불륜을 자발적으로 육체에 고통을 주는 종교적 행위를 일컫는 '고행'에 빗댄다. 본처를 두고 두집 살림을 차려놓고도 불륜녀 미자를 아내에게 누이라 소개한 남편의 안일하면서도 뻔뻔한 고백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지만 끝내지는 않고, 참회하면 새로워진다는 궤변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이윽고 아내를 뒤로하고 미자와 함께 밤을 보내다 갑작스레 아내가 방문하자 급히 알몸으로 예배당에서 경건한 신도가 꿇어 기도하는 자세로 벽장에 숨어 영육의 한계를 경험하고서야 아내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작가는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인간에 대해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인 한계를 경험해야 비로소 돌이키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고행』이라는 제목에 가당치는 않는 내용이지만, 회개하고 제자리로 돌아가 아내를 구원자로 마무리하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느껴진다.

 

나는 아내와 아들을 한꺼번에 안고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울었습니다.

기도를 위하여 p.88

 

기생에서 사회운동가가 되는 순애의 이야기를 그린 『망명녀』를 백여년의 시공간을 넘어 『기도를 위하여』가 이어받는다. 순애와 윤은 옥중 혼례를 치르지만, 얼마 후 순애는 세상을 떠난다.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힘쓰는 삶을 살아가던 윤숙은 순애를 위해 기도한다.

 

조용히 앉아 순애의 안녕과 평안을 빌었다. 그리고 이것은 산 사람을 위한 기도이기도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이기도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고 윤숙은 생각했다. 그리고 윤숙에게 또 윤숙이 사는 세상에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기도라고 기도를 할 때만큼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했다.

기도를 위하여 中 p.136

 

국내 여성 최초 장로라는 타이틀을 지닌 김말봉 작가의 작품에는 기독교적인 색채도 많이 녹아있다. 이를 박솔뫼 작가는 '산 사람을 위한 기도이자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 나아가 존재하는 것을 위한 기도, 지금 이 세상에 필요한 것은 '기도'라고. 긴 시간을 거슬러 오면서 기도로 마무리한다.

 

김말봉 작가의 작품들은 1930년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돈 벌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듯, 제법 술술 넘어간다.

 

우리나라 근현대 시대상이 녹아있는 여성 고전을 맛보고 싶은 독자라면, '소설 잇다'시리즈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1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재창조되는 작품의 매력에 빠지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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