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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속의 여인 ㅣ 아르테 오리지널 28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평점 :
에드거상, 앤서니 상 등 세계 문학상을 석권한 작가 로라 립먼의 최신 화제작 《호수 속의 여인》은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 확정된 애플 TV 오리지널 드라마 원작 소설이다.
1960년대 미제 사건인 11세 아동 납치 살인사건과 33세 여성 납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했다는 소설 《호수 속의 여인》은, 사후 '호수 속의 여인'으로 불리게 된 클레오 셔우드란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살아있을 적에 나는 클레오 셔우드였어요. 죽어서는 호수 속의 여인, 추운 겨울 내내 분수대에서 잠겨 있다가 본에서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에 물에서 꺼내진 흉물이 되었죠.(중략) 나를 분수대 밑바닥에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었나요? 난 그곳에 있어야 안전했단 말이에요
호수 속의 여인 中 p.15
변호사 남편과 아들과 함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아름다운 백인 여성 매디 슈워츠는 더 이상 엄마와 아내가 아닌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는 중요한 인물'로 살아가고자 이혼을 결심한다. 한편, 우연히 시체를 발견한 메들린은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어 신문사에 취직하면서 점점 더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는데...
호수 속의 여인은 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싫은 걸까? 의구심을 가지며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기자 출신 작가답게 실화를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소설에 시대정신과 더불어 페미니즘 요소를 적절히 더했다. 1960년대 배경 소설이라 인종 차별과 성차별이 만연하다. 흑인 여성의 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찰과 언론 그리고 이를 추적하는 백인 여성. 여기자가 살인사건을 파헤친다는 설정만으로도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파격적인 도전이 아닐는지.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기 위해 다수의 화자가 등장한다. 사건의 얼개를 만드는 과정이 옴니버스식 구성이라 긴장감이 조금 떨어져 속도감이 조금 아쉽긴 하다. 그러나 2부로 넘어가 매디 슈워츠가 사건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호흡이 빨라지며 결말에 이를수록 재미가 더해진다. 영상화될 드라마 주인공이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카피에, 매들리는 나탈리 포트만으로 그리며 소설을 읽어나갔는데, 그녀가 그려낼 드라마는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된다.
당신을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매디 슈워츠.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요. 당신은 원하지도 않는 남자 곁에 있었어요. 결국 나는 이른바 가질 수 없는 남자를 원하게 되었죠. 그때 당신을 봤어요. 난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봤고, 당신은 당신을 쳐다보고 있던 나를 쳐다봤고, 나는 내 눈길에 나를 쳐다보던 당신을 쳐다봤어요.
호수 속의 여인 中 p.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