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 가족 2 - 2세의 귀환 유정천 가족 2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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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 도히미코의 가장 장대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시리즈 《유정천 가족》의 2권. 백 년 전 교토를 떠났던 아키다마 선생의 아들 2세가 귀환하며 체모로 둔갑하는 너구리들의 다다스숲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유정천 가족 2》는 너구리 4형제의 첫째 야이치로는 니세에몬이 되기 전까지 교쿠란과 혼인을 미루고, 개구리가 된 야지로는 여행을 떠난다. 에비스가와 소운의 죽음으로 평화를 되찾은 듯했던 다다스숲은 2세의 귀환으로 아키다마 선생과 2세의 결투가 벌어지고, 풍파를 일으키던 셋째 야사부로는 벤텐을 피해 다니다가 소운의 계략에 빠진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야이치로가 '니세에몬'에 오르는 날, 시모가모가는 또다시 위기에 봉착하는데...

 

《유정천 가족 1》이 가족과 형제애'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면, 《유정천 가족 2》는 "학문도 지위도 명예도 사랑이 없으면 헛것이다"라며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면, 결정적인 순간에 약해지는 야이치로는 교큐란이 함께하면서 의젓해지고, 사고뭉치 아사부로가 위기에 처하면 평소 모습을 숨기고 있던 가이세키가 어떻게든 구원의 손길을 보낸다. 귀엽고 애틋한 털뭉치들의 러브스토리를 지켜보는 재미도 은근하다.

 

운명의 붉은 실로 이어진 아사부로와 가이세키. 가이세키가 약혼자 아사부로에게 왜 모습을 숨기고 있었는지, 2세가 100년 만에 교토에 돌아온 이유와 벤텐을 그토록 미워하는 이유가 밝혀지며 더욱 재밌어진다. 한편 동생의 음모로 전골냄비 신세가 되었음에도 웃으며 운명을 받아들였던 시모가모 소이치로는 아들의 죽음의 위기에서도 혼으로 나타나 웃으며 명언을 남긴다. '웃으면 안 되는 때란 없다고.'

 

"자식이 냄비에 빠지게 생겼다는데

아버지는 어째서 웃으시는 겁니까?"

"왜 너답지 않은 소리를 하느냐, 아사부로."

아버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봤다.

"우리는 너구리야. 웃으면 안 되는 때란 없다."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건만

느닷없이 눈물이 치솟아 탁자 위의 아버지 모습을 가렸다.

유정천 가족 2 中 p.491

 

'너구리에게도 너구리의 긍지라는 것이 있다'라는 바보의 피가 흐르는 털뭉치들이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다룬 《유정천 가족 2》는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유정천 가족 3편은 또 어떤 우여곡절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지로와 야시로도 운명의 상대를 만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면 좋겠다. 얼른 3편도 출간되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여우가 주연인 드라마는 많은데, 너구리가 주연인 드라마는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너구리의 긍지를 지키며 살아가는 바보스럽지만, 밉지 않은 털뭉치들 이야기를 k-드라마로 만나면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놀이형 인간' 호모 루덴스가 대세인 시대에, 생각하다 막히면 논다는 너구리의 해법은 덧없는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일 듯하다.

 

재미밖에 모르는 것 같은 털뭉치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며 살아가는 감동 판타지 소설.

유쾌한 감동 스토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천하태평을 사랑하는 너구리지만

'그것만으로는 곤란하다'고 바보의 피가 속삭였다.

언제든지 풍파를 일으켜요♪

척척 일으켜요♪

언제든지 평화를 어지럽혀요♪

팍팍 어지럽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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