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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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자락을 바라보며 홀로 살아가는 공지영 작가의 예루살렘 순례 에세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광야를 헤매는 이들에게 온기를 전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묻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를 먼저 물어라.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 하기 전에

인생이 당신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 귀 기울여라.

인생의 문이 닫힐 때

그 앞에 너무 오래 서 있지 마라.

문이 닫힐 때 나머지 세상이 열린다.

파커 J. 파머,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中

 

공지영 작가는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한두 번은 겪을 인생의 시련 앞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고, 무기력감을 한없이 초라함을 느끼고 있을 누군가에게 따스하게 손잡아 주듯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우리 모두는 시련의 고통과 시기를 겪는다. 크리스천은 이를 광야의 시간이라 표현한다. 걸어서 10일이면 다다를 길을 40년 동안 헤매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광야의 여정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40년이란 지난한 시간은 몸에 기억된 노예근성을 지워버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당장의 시련과 고난 앞에 인간은 좌절하고 신의 뜻을 헤아리기 어려울지라도, 다 이유가 있고 또 때가 있다는 이야기다.

 

공지영 작가는 언젠가 고통의 시간을 맞닥뜨리게 되면, "이 고통이 내게 원하는 바를 묻고, 반드시 변할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당부한다. 그래야 고통을 거부하며 헛되이 시간을 쓰지 않고, 성숙해지는 기회 나아가 선물의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러니까 참 사랑은 강요하지 않는다.

사랑은 그 자발적임으로 완성된다.

공지영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中 p.231

 

나아가 '사랑'의 참된 의미를 짚어보며 하나님을 믿는 이들의 삶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절대로 전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저 사람이 왜 저렇게 선한가. 그것은 그가 믿는 분이 선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을 타인이 알아주기만을 바랄 뿐.

 

이번 산문집은 요르단을 건너 예루살렘으로 떠난 성지 순례 여행이기에 그녀의 종교인 가톨릭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3000년간 이어지는 전쟁의 역사를 훑어보기도 하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정이기에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성지순례 일정이 끝나고 홀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그녀의 결단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고독했던 성인 샤를 드 푸코에게 매혹된 그녀는 그의 자취를 따라 글라라 수도원을 방문한다. 방문객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예루살렘이기에 샤를 드 푸코의 초상화나 그의 스케치처럼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다.

 

예수의 생애, 고난, 부활의 역사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예루살렘, 그리고 그 십자가 여정을 행하는 성인들의 삶을 만나고 돌아온 일상에서 그녀는 '감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금도 전쟁으로 하루하루 불안함에 떨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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