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는 소녀들
스테이시 윌링햄 지음, 허진 옮김 / 세계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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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스테이시 윌링햄의 데뷔작 《깜빡이는 소녀들》. 스릴러 소설 애독자들이 기억해야 할 새로운 작가의 등장을 환영한다.

 

두려움이 나를 짓누르는 순간,

나는 괴물이 숲속에 숨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괴물은 나무 사이의 그림자도 아니고

어둑한 구석에 숨어서 기다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니,

진짜 괴물은

빤히 보이는 곳에서 움직인다.

깜빡이는 소녀들 中 p.10

 

처음부터 몰입감이 장난 아닌 심리 스릴러 《깜빡이는 소녀들》.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반전에 반전이라는 후기들에 나는 범인이 누군지 알아채겠다는 일념 하에 책을 펼쳤다. 다행히도 처음의 의심이 결과로 도출되었다. 그러나 중간중간 범인에 대한 추론이 잘못되었나 싶을 정도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저자의 필력은 귀추를 주목할 만한 작가임에 분명하다.

 

2019년 5월, 클로이는 한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20여 년 전 봉인해 두었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6명의 소녀가 실종된 사건의 범인이 아버지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말이다. 그러나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필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또다시 소녀들이 실종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클로이 주변에서...

 

어느 순간부터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더 이상 살인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목숨을 빼앗고 어딘가에 버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삶을 가져가다 그것을 소유해야 했다.

내 삶을 가져가야 했다.

(중략)

그의 기념품.

자신의 성취를 일깨워 주는

살아 숨 쉬는 기념품

깜빡이는 소녀들 中 p.435

 

우리는 자신의 삶을 통제하며 살아가는 완벽주의를 동경한다. 그러나 과해지면 타인의 삶도 통제하려 든다. 완벽주의와 통제하려는 욕구가 선을 넘어서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사람은 '타인의 통제력을 빼앗는 쾌감'에 중독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만일 타인의 통제력을 제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조심하시기를! 내 안의 어둠이 발현되지 않도록, 어둠에 삼켜지지 않도록.

 

위험에 처하면 세상은

덧없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살아 있다는 느낌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다.

위험은 존재만으로도

당신이 여기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명이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깜빡이는 소녀들 中 p.490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클로이의 3개월을 함께하며, 과연 '나라면 진짜 괴물을 마주할 용기를 낼지 아니면 진실을 묻고 살아가는 편을 택하게 될까?' 생각해 보다가 접었다. 만일이라는 상상조차 싫지만, 그보다 나에게는 그런 상황이 일어날 리 전무하니까 말이다. 불현듯 클로이와 같은 걱정 없이 살고 있음에 감사했다..^^;

 

이불 안에서 꼼짝하기 싫은 추운 겨울날 읽을 만한

페이지터너 스릴러 소설을 찾고 있다면,

스테이시 윌링햄의 《깜빡이는 소녀들》을

주저 없이 선택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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