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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평점 :
카를로 로벨리의 신작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양자들의 은하계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한다.
양자역학이 등장하기 전에는 에너지가 입자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인슈타인도, 리처드 파인만조차도 양자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결론나지 않는 양자 이론이지만, 우리는 양자이론에 기초해 살아간다. 컴퓨터를 비롯해 생활 과학 곳곳에 양자 이론이 접목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흐는 과학이란, 현상을 조직화할 수 있게 해주는 한에서만 어떤 것을 실제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그의 이런 과학관이 열어준 공간 속으로 하이젠베르크가 들어와, 전자에서 궤도를 벗겨내고 전자를 그 현상의 측면에서만 다시 해석했던 것입니다. 전자가 발현되는 면에서만 재해석한 것이죠.
바로 이 공간 속에서 양자역학의 관계론적 해석의 가능성도 열립니다. 즉, 세계를 기술하는 데 사용되는 요소는 각 물리계의 절대적 속성이 아니라, 물리계들이 서로에게 나타나는 방식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p.156
21세기의 변화 중 하나가 과학의 세계가 일상에 조금씩 녹아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이 예능 패널로 출연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엔터테이너들이 늘어나면서 저세상 이야기만 같았던 과학과의 간극이 좁혀지는 기분이 든다.
"견고한 무언가에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다른 무언가가 열리고 우리는 더 멀리 볼 수 있게 됩니다. 바위처럼 단단해 보였던 실체가 녹아내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부드럽게 흘러가는 덧없는 삶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카를로 로벨리는 과학의 힘이란, 세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 강조한다. 비록 물리학은 결론이 나지 않는 이야기일지라도 관찰하고, 서로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상호작용하면서 존재하는 광대한 네트워크를 발견하다 보면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촘촘한 관계의 그물망에 있음을 알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물리학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평소 좀처럼 물리학 책에는 손이 안 갔었는데, 과학자들의 과학 이야기를 자주 접해서인지 왠지 호기심이 생겼다. 무언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실체를 발견해 나가는 과학적 사고도 매력적인 것 같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는 양자 이론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슈뢰딩거가 비밀 연인과 산으로 가면서 집중할 때 꽂을 진주 두 개를 챙겨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등 물리학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없애주고, 물리학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