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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ㅣ 클래식 리이매진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1월
평점 :
이중인격 하면 떠오르는 대명사 『지킬 앤 하이드』. 조승우, 홍광호 주연의 뮤지컬로 두 번이나 봤건만, 정작 원작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던 터. 소설로 풀어내는 서사는 어떠한지 궁금하던 차에 빅토리아 시대로 배경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읽어 보았다.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
두 인격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선과 악을 각자 개별적인 정체성 안에 가둘 수만 있다면,
모든 힘겨운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리라.
초자연적인 과학 연구에 미쳐 있던 지킬 박사는 인간의 이중성을 약품으로 분리할 수 있다는 가설 하에 자신에게 임상 실험을 시행한다. 지킬 박사는 고귀한 지킬과는 달리 흉측하고 추악한 악의 원형을 띈 하이드로 변신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임상을 거듭할수록 지킬 박사는 통제권을 상실하고 악한 영혼 하이드 씨에게 점점 잠식당해가는데...
이 모든 것이 암시하는 바는
한 가지 사실이었네.
내가 본래의 더 나은 자아를
서서히 잃어가고,
또 하나의 더 나쁜 자아와
서서히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p.183
지킬 앤 하이드의 음악들을 배경으로 지킬과 하이드의 변화를 가파른 호흡으로 이어나가던 연기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책장도 꽤나 빠른 속도로 넘겨졌다. 소설과 뮤지컬의 차이라면 소설에는 로맨틱 서사가 없었다. 그리고 지킬과 하이드의 카리스마에 압도되던 뮤지컬과는 달리 소설은 최측근인 변호사 어터슨씨와 엔필드씨 등 지킬의 주변인들도 눈에 들어온다. 지킬과 나눈 대화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서 조성되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긴장감은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인 듯하다. 게다가 일러스트가 더해져 시각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은 점도 독서의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위선과 가식의 가면을 쓴 선한 이미지 안에 숨어있는 탐욕스럽고 추악한 내면, 악에 대해 그려낸다. 사회적인 명성과 인격을 갖춘 지킬 박사가 하이드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그 누구도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이중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가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도, 내 안에 잠든 악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 일지도.
악이란 한 번 깨어나면 돌이킬 수 없어지니까 말이다.
물론, 다중 인격에 대한 소재가 많이 나와서 어쩌면 지킬 앤 하이드의 심리 묘사가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선과 악을 정체성으로 분리해 가둔다는 철학적 고찰이 담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고전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명불허전 문학 작품이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팬이라면, 무조건 읽어봐야 할 작품이 아닐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어린 시절에 한 번쯤 읽어봤을 『보물섬』의 작가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옛 추억으로 돌아가 보물섬도 한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