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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 머나먼 우주를 노래한 SF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가 쓰는 법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 비아북 / 2023년 10월
평점 :
생존 글쓰기의 표본 SF 거장 브래드버리의 다작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에서 작품은 어떻게 탄생하는지 창작의 비밀을 알려준다.
글쓰기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권리가 아니라
선물이자 특권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매일 1000단어를 쓰고, 일어나자마자 머릿속의 생각을 써 내려간다는 브래드버리. 그는 91세로 타계하기 전까지 70여 년간의 시간 동안 300여 편의 단편 소설을 남겼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화성 연대기』는 화성 탐사 로봇에 실려 화성에 착륙해 200년 후 화성에서도 읽힐 작가라고 한다.
우리가 모두 처음에는 삶을, 나중에는 책을 먹고 산다고 생각해 보자.
삶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이고,
책은 인위적으로 섭취하는 영양이라는 점이 다르다.
브래드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中 p.53
책은 내가 인위적으로 섭취하는 영양이기에 독서를 할 때 세상의 색, 형태, 크기에 대한 감각을 키워주는 책을 찾으라 권한다. 왜냐하면 사건의 논리는 언제나 감각의 논리에 지기 때문이다. 독자가 자신의 감각을 통해 사건 한가운데에 있다고 느끼게만 할 수 있다면 사실인 것처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인다.
브래드는 작가의 입장에서 작가를 위한 독서 방법, 글 쓰는 방법을 이야기하는데, 특별하기보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것을 강조한다. 작가의 위대한 기술은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 무엇을 뺄지, 어떻게 명확한 감정을 간결하게 표현할지,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갈지에 달려 있다고.
무엇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많은 것을 경험하고, 열정을 다해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어느 날, 소설 속 인물이 작가인 당신을 대신해 소설을 쓸 때가, 문학적인 위선과 상업적인 편향 없이 감정이 폭발하며 진실을 말하는 날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
10년 동안 모든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 야외에 앉아 1시간 만에 완성했다는 소설 『호수』. 저자는 살면서 처음으로 정말 좋은 글을 썼다고 회고하기도 한다. 이 경험을 계기로 주의를 잡아끄는 날것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글을 쓸수록 열정이 넘치는 쾌감을 맛본다는 브래드버리. 글을 쓰지 않고 하루를 보내면 불안해지는 일상. 이것이 레이 브래드버리의 삶의 방식이다.
SF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아서일까. 브래드버리의 책을 아직 접해보지는 못했었다. 저자는 SF나 판타지 소설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그러다 바보가 될 거라고!" 책을 통해 일갈을 날린다. SF는 늘 아이디어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그다지 수긍하고 싶지는 않지만, 에세이를 소설처럼 재밌게 써 내려가는 그의 필력으로 볼 때, 그가 집필한 SF 소설들은 꽤나 재밌을 것 같다. 그래서 200년 후에도 읽힐 『화성 연대기』와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화씨 451』은 머지않아 읽어보기로 다짐해 본다.
작가 지망생이거나 SF 소설의 애독자 혹은 레이 브래드버리가 글 쓰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브래드 버리, 몰입하는 글쓰기》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