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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ㅣ 아르테 오리지널 24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평점 :
100만 부 판매된 베스트셀러 『노멀 피플』의 작가 샐리 루니의 신작 장편소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역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몰이 중이다.
단 두 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앨리스와 대학 동창인 잡지사 편집자 아일린의 우정을 중심으로 두 여인의 남자 펠릭스와 사이먼의 사랑 이야기가 더해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소설가로 성공해 부자가 된 앨리스는 지나친 관심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시골에 내려와 대저택에 홀로 살다가 데이트 앱에서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펠릭스를 만난다. 애인과 이별에 힘들어하는 아일린은 저임금에 월세 내며 살기도 빡빡한 자신의 삶을 실패한 인생이라 여긴다. 어린 시절부터 알았던 사이먼과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
서로의 짝을 찾아 해메이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가 재미 요소라면, 사회적인 성공이 행복의 기준이 되어버린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이룬 앨리스를 통해 어떠한 삶이 진정 의미 있는 삶인지 돌아보게 하며 울림을 남긴다.
소설은 박봉에 시달리며 스스로 인생을 실패했다 여기는 아일린이나 부와 명성을 일찍이 거머쥔 앨리스나 누군가가 곁에 없으면 외롭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누구나 헤어지는 것과 함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이다.
불안한 나날들을 살아가면서 흔들리는 청춘이지만, 친구와 삶의 의미와 죽음 그리고 진실한 우정과 어른의 사랑에 대한 담론을 나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는 큰 따옴표 없는 대화체 소설이라 처음에는 가독성이 조금 떨어졌는데, 아일린과 앨리스의 연애사며 섬세한 심리묘사에 빠져들면서 몰입되어 읽어버렸다.
세상이 버겁게 느껴지고, 사랑과 불확실한 미래에 고민하는 2030이라면, 따스한 위로와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지금이 선물이고, 축복이라 잔잔하게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다.
모두들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어떤 특정한 고통은, 삶의 특정한 형성 단계에서 한 사람의 자아감에 영원히 아로새겨지는지도 모르겠어. p.54
의도적으로 유명해지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몹시 병들어 있어.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렇다고 믿어. 우리 문화 도처에 이런 사람들이 마치 평범할 뿐 아니라 매력적이고 선망의 대상인 것처럼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망가뜨리는 사회적 병폐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줘. 그들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며 배움을 얻을 때 우리에게도 무언가 문제가 생겨. p.68
죽음은 단지 1인칭 시점의 묵시록에 불과한 것 아닐까? 그렇다면 네가 그렇게 비웃듯이 말하는 '헤어지거나 함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 우리의 삶이 끝날 때, 우리 앞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여전히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단 한 가지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그저 지인들을 사랑하며 걱정하기 위해서, 심지어 우리가 해야 할 더 중요한 일들이 있을 때조차 계속 사랑하고 걱정하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몰라. p.136
이상하게도 내가 어디를 가든 네가 나와 함께 있고, 그도 나와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너희 둘 다 살아 있는 한 이 세상은 내게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어. p.198
그래도 우리는 지금 여기 있어.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게 훨씬 낫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훨씬 낫지. 그리고 나는 여기 있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 순간을 바라지 않으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어. 그것은 그 나름대로 특별한 선물, 축복, 매우 중요한 어떤 것이 아닐까? p.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