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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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단숨에 명성을 얻은 범죄 스릴러 전문가 피터 스완슨은 8년 만에 후속작 《살려 마땅한 사람들》로 돌아왔다.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니죠."

"맞아요.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니죠."

 

소설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선과 악'에 대해 '살인'에 대해 곱씹어 보게 하는 동시에 '악을 이기는 악'을 조명하며 갈수록 무서워지는 세상에서 악은 악으로 다스려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묵직한 울림이 남긴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씁쓸하면서도 통쾌한 결말에 탁월한 이야기꾼 완슨이형의 면모를 만끽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사건은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 조앤이 남편 리처드의 외도 현장을 확인해달라며 사설탐정 헨리 킴볼에게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킴볼은 조앤의 남편을 미행하다 조앤의 예상대로 그녀가 예상했던 시간과 장소에 그녀의 남편과 불륜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나 얼마 뒤, 총성이 세 발 울리며 뜻밖에 목격자가 되고, 과거 영어 교사 시절의 사건이 연상되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와.. 조앤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목격자와 알리바이까지 완벽한 살인을 기획한 무서운 여자'라는 사실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전 범죄란 없고,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킴볼은 과거 사건을 떠올리며 사건의 연결고리들을 맞춰 나가면서 소설의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주인공들의 교차 시선 전개도 호흡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 금사빠를 의미하는 '연쇄 사냥꾼'이라는 스릴러스러운 단어, 꼬맹이들이 '비밀 아내, 남편'을 맺는 황당하면서도 귀여운 해프닝, 리머릭의 유희 등 베셀 작가 스완슨의 필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조앤에게는 언제나 적이 생길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 p. 53

나는 비록 살인을 저질렀지만 인생에는 전혀 후회가 없었다.

내게는 언제나 그래야 할 이유가,

그래야 할 마땅한 이유가 있었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 p. 466

 

 

과연 살인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피터 스완슨은 인간의 무력감을 바라보며 우월감을 느끼는 뒤틀린 마음을 꿰뚫는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의 연약하면서도 추악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아무래도 인간에게 '사랑'은 최대의 숙제인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나는 사랑, 그러니까 가족 간의 사랑 말고 연인 사이의 사랑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힘이라고 생각해요. 선량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게 하는 유일한 힘인걸요.

살려 마땅한 사람들 p. 481

 

사실 인간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탐욕스럽다고 생각하니까요. 책이나 영화, 자연을 바라볼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그런데 왜 사람에게는 사랑을 돌려받길 바라는 걸까요? 어쩌면 당신이 내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구태여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내 사랑이 좀 더 우월할지도 모르잖아요?

살려 마땅한 사람들 p. 482

 

사랑이 양방향으로 진행하리라 기대를 품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사랑이라는 말이었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 p. 482

 

특히,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스토리라인에 크게 문제 되지 않으니, 부담 갖지 않고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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