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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질 - 현대 과학이 외면한 인간 본성과 도덕의 기원
로저 스크루턴 지음, 노정태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대표적인 영국의 지성 로저 스크루턴은 '나'와 '너'라는 두 인격체의 만남이 드러내는 근본적인 도덕성에 주목하며 《인간의 본질》에서 인격적 책임에 뿌리를 둔 도덕적 삶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다룬다.
제목부터 심오함이 느껴지는 '인간의 본질'. AI에 대체될 미래를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는, 인간에게는 여타 동물과는 구별되는 '도덕성'을 지닌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와 타인을 인식하는 '인격체'다.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기 자신을 알고
또 다른 인격체인 타인을 마주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무와
권리, 책임감을 부과 받는 정신적 존재다.
저자는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인간성을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타인과 관계를 이해하는 철학적 열쇠로 '인격'의 면면을 짚어본다. 나아가 인간의 공동체는 곧 인격의 공동체라 정의하며, 인격적 관계는 호명하여 불러내는 상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한다.
또한 칸트에 따르면 우리는 인격이라는 유형에 속하며, 인격이란 본질적으로 자유롭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이성적인 행위자로, 이성에 복종하며 도덕 법칙에 구속되는 존재이므로 칸트의 도덕법칙에 따라 서로를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착한 사마리아인', 경건과 악의 패러다임 등 도덕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종교가 도덕적 산물인 동시에 이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되는지 설명하며 인간의 도덕의 회복을 철학의 인격성에서 찾는다.
우리가 무엇이냐고 묻기 위해서는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1인칭인 우리는 마치 자기장 속의 자석처럼 2인칭 관점을 지닌 채 살아가는 인격체로서의 인간이며, 관계란 그러한 인간 개념 그 자체에 내장되어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질 p.93
《인간의 본질》은 타인을 인식하는 우리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진실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한다.
사실 본체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간'에 대해, 타인과 나의 관계 그리고 인격에 대해 철학적 사유로 안내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