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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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솜씨가 얄미울 정도로 능숙하다"라고 극찬한 일본 호러소설 대상 수상작 『보기 왕이 온다』의 사와무라 이치가 신작 공포 미스터리 소설 《젠슈의 발소리》로 돌아왔다.

 

《젠슈의 발소리》에는 5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염라대왕의 거울이라는 정파리경에서 결혼식 풍경을 본 남자의 공포를 그려낸 『거울』,

여장남자가 나타난다는 소문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우리 마을의 레이코 씨』,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시집에 들어간 기요코는 30년 전 행방불명된 남편의 형이 나타나고,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머무는 삼도천 같은 곳에서 만나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 『빨간 학생복의 소녀』,

미완성 작품이라 빠져나왔다는 용의 천장화에 빗댄 『젠슈의 발소리』

 

도시 괴담은 우리의 일상이 스며들어 있기에 더욱 서늘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주인공들이 결혼식, 실종, 사고, 실직, 간병, 교통사고 등등 일상생활 중에 마주하는 세상의 편견과 고단함이 크로스 되어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보이지 않는 괴물 젠슈의 공격을 받고 죽어가는 공포가 한 겹 레이어 된 『젠슈의 발소리』에서 저자는 '화룡점정'과 반대되는 미완성이라서 빠져 나왔다는 기묘한 이야기로 '봉인된 요괴의 전설'과 우리가 마주하는 공포와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엮어놓았다.

 

"보이지 않는 괴물을 어떻게 생각하나? 결국 사람을 죽였다면서?"

"사건은 인간의 소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건 단순한 소문이고요."

젠슈의 발소리 中 p.231

마코토는 그런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사람의 슬픔이나 갈등, 빈틈 같은 거. 아까 설명했잖아. 와타루 씨의 가슴속에 억눌려 이던 감정이 젠슈의 의지와 싱크로 한 거야.

젠슈의 발소리 中 p.246

 

평소 공포소설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지만, 《젠슈의 발소리》는 심사위원 만장일치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라 하여 호기심에 읽어 보았다.

 

《젠슈의 발소리》가 호러 소설이라고 겁먹지 않아도 된다. 미스터리 소설에 공포 한 스푼 추가된 정도 맵기로 너무 과하지 않다. 소설 곳곳에 미신이 많은 일본 문화가 녹아있어 일본의 또 다른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저자는 괴담 같은 이야기도 인간이 만들어낸 소문에 불과할 뿐, 공포는 우리의 억눌린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해석한다.

 

공포물의 마지막 장면은 세상에서 해소되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염원이 해소되며 마무리되듯, 《젠슈의 발소리》 책장을 넘기다 눈에 들어온 문장이 있었다.

 

'젠슈는 사람을 덮친 것도 아니고 상처 입히려고 한 것도 아니야. 자신을 완성해 주기를 바랐던 것뿐이야.'

 

괴담과 기이한 신화에 공포의 앙상블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부담 없이 접근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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