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상실 -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폴린 보스 지음, 임재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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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이별과 상실을 경험한다. 폴린 보스는 20년간 임상 실험을 토대로 《모호한 상실》에서 어떻게 모호한 상실을 감수하며 살아갈 것인지 방향을 제시한다.

 

‘모호한 상실’이란

‘완전한 상실’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렇지만 여전히 상실감에 젖어 있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저자는 모호한 상실이 오늘날 흔한 현상이라며 모호한 상실을 두 가지 유형으로 정의한다.

 

가족의 실종이나 자녀가 유괴되어 생사 여부가 불확실하여 실체는 없으나 심리적으로 존재한다고 인지되는 경우가 해당된다. 일상적인 상황으로는 이혼 가정과 입양 가정 내에서 부모나 자녀가 부재하거나 누락된 경우도 포함된다.

 

두 번째 유형은, 실체는 있으나 심리적으로 부재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혼수상태의 가족이나 치매나 정신질환을 앓는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가족들에게 나타나는 상실. 일상적인 상황으로는 지나치게 자기 일에 빠져 있거나 다른 외부 관심사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한다.

 

실종이나 억류 등 외에도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가족을 떠나보내는 경우 그리고 가족은 있으나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없는 경우 역시 모호한 상실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민, 전쟁, 이혼, 재혼, 입양 등 해결되지 않은 상실은 불안, 우울, 질병 등의 증상으로 발현되어 괴롭힌다. 어떤 식의 종결이 없다면, 부재하는 자는 현재에 머문다.

 

모호한 상실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비극이다. 아울러 나의 잘못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모호한 상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극복할 수 있다. 인생에 완전한 정답은 없기에 "어떻게 모호한 상실을 감수하며 살아갈 것인가" 성찰하며 그 상황에서 '의미'를 찾고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저자의 위로에 공감한다.

 

비록 모호한 상실의 상황이 바뀌지 않더라도, 그들이 바라는 것이 달라지면 희망이 보인다고 한다. 이를테면, 질병이 사라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창의적으로 다른 방법 ㅡ 질병을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거나,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돕거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과 같은 경험을 하지 못하도록 ㅡ을 통해 희망을 찾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불확실한 상실의 고통에 대처하는 비결 무력감을 피하는 것이라고 당부한다.

 

재난적인 상황으로 맞이한 상실 외에도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상실감이 만연해 있음을 짚어준다. 이별을 앞둔 '모호한 상실'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대처 방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불확실한 이별로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한다.

 

모호하기에 더 치명적인 아픔. 끝나지 않는 상실의 아픔은 타인과 비교할 수 없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내면의 상처가 아닐까. 무력감에서 벗어나 내 안의 슬픔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아픔에서도 내 삶의 '의미'를 찾아보며 상실을 받아들이는 터닝 포인트를 거쳐야 치유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모호한 상실의 경계에 있는 누구나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의미는 많은 것을 견딜 수 있게 만든다.

아마도 모든 것에 대하여.

칼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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