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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 허무의 늪에서 삶의 자극제를 찾는 철학 수업 ㅣ 서가명강 시리즈 32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8월
평점 :
니힐리즘과 염세주의의 극복에 대한 해답을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는 디오니소스적인 생명력으로 유희적인 삶에서 찾은 니체에 대한 매력적인 철학 수업으로 안내한다.
서울대 박찬국 교수의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를 읽은 독자라면, 그의 후속작인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에 대한 호기심을 놓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이보다 쉽고 명료한 철학 책을 찾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비교적 익숙한 철학자다. 그러나 "신은 죽었다"를 비롯해 위버멘쉬, 영혼 회귀 사상, 초인 사상 등 서양 철학의 획을 그은 이단아 니체의 철학은 결코 만만치 않다. 실존주의를 100% 이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이 어렴풋할 뿐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박찬국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흐름이 잡혀갔다.
저자는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에서 염세주의의 대가 쇼펜하우어의 계보를 잇던 니체의 사상이 변해 후기 니체로 정착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한다.
삶과 세계에서는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모든 것이 덧없이 생성되고 소멸할 뿐이라 보는 사상인 니힐리즘을 시작으로 춤의 신 디오니소스처럼 모든 고통과 고난에도 삶을 긍정하면서 유희하는 활력 넘치는 삶을 최고의 윤리적 이상으로 여기며 종국에 한계를 뛰어넘은 자를 초인이라 명명한 니체의 사상들을 짚어본다.
또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관점을 비교하며 설명하기에 욕망과 삶을 부정하고 금욕주의를 강조하는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는 물론이고, 니체가 바라본 염세주의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하는 시간이었다.
신은 죽었다?
저자는 니체가 '신을 죽었다'라는 표현은 무신론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 신이 과거에 가졌던 영향력을 더 이상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시대 진단이라고 설명한다.
쇼펜하우어는 예술은 고난에 찬 삶에 일시적은 휴식을 제공한다고 본다. 이에 반해 니체는 예술이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정당화하고 승화시키면서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준다고 본다.
박찬국, 내 삶에 예술이 들어올 때, 니체 中 p.78
쇼펜하우어가 이성은 욕망의 노예라고 강조했다면, 니체는 우리가 욕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모든 생산적인 인간에게 본능이야말로 제한적이고 긍정적인 힘이라고 여기는 동시에 현실 세계를 그대로 인정하고, 강한 생명력의 소유자들을 갈망한다.
강한 자들의 삶. 다시 말해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에도 좌절하지 않고 흔쾌히 받아들이며, 디오니소스적인 생명력으로 세상과 모든 고통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생을 유희하듯이 즐기며 살아갈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서양 철학의 전통을 철저히 파괴한 이단아 니체가 오늘날에도 지속적으로 철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나약한 자들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창조적으로 삶의 주인으로 시련과 고난을 정면 돌파하며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현시대의 방향성과 결이 맞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의 허무를 극복하는 삶의 자극제, 예술을 가까이하며 춤추고 노래하듯이 살아간다면 인생을 보다 풍요롭고 다채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