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냥 스토리콜렉터 108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3년 8월
평점 :
절판


한 여름밤의 폭염도 잊게 만든 심리 스릴러 소설《악의 사냥》은 스탠포드 심리학과 출신 천재들의 두뇌 싸움을 고도의 심리전과 속도감 있는 서사로 전개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범죄자 심리를 연구하다가 연쇄살인마가 된 루시엔 폴터는 형사가 된 로버트 헌터를 범죄 현장으로 소환한 《악의 심장》.

 

이번에 출간된 《악의 사냥》은 천재 사이코 패스 연쇄살인마 루시엔 폴터가 탈옥하여 설계한 살인게임에 헌터를 끌어들이며 복수를 펼진다.

 

《악의 사냥》은 전작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천재 형사 로버트와 인간을 형상화한 악마 루시엔의 케미도 또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누군가를 실제로 죽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죽일 수 있을까?

 

최고 등급 보안 교도소에 있어야 할 루시엔이지만, 살인자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루시엔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던 에이드리언의 욕심으로 고도 보안 교도소에 이감시켜 탈옥의 빌미를 제공한다.

 

악의 화신 루시엔 폴터는 연쇄 살인범의 범행 동기와 계획, 수법을 비롯해 살인 전후의 정신에 대해 연구한 '백과사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려 53권이나.

 

헌터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루시엔. 헌터가 시간 내에 답을 찾으면, 사람들을 구할 것이고, 오답을 찾는다면 폭탄이 터지게 되는데....

 

"내가 있는 곳은, 사람들이 조용히 해야 하는 곳이지만 여기는 아닙니다. 시가 있어야 할 곳이지만 여기는 아닙니다. 학생들이 간절히 배우려고 오는 곳이지만 여기는 아닙니다. 말이 없는 사람들 대신 시끄러운 사람들을 찾게 되겠지만, 조용한 사람도 찾을 것입니다. 시인들의 웃음 대신 작가들의 눈물을 찾을 것입니다. 열성적인 학생들 대신 값싼 선생님들을 찾을 것입니다. 확실한 것이 아니라 특이한 것을 찾으세요. 그러면 독특한 것을 찾을 것입니다. 특별한 것을 찾을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장소에 대한 유추를 맞추기는 했는데, 나중에 밝혀진 출제자의 의도에 소름이 끼친다. 아무래도 작가가 천재인 듯.

 

사건이 있고 얼마 후, 루시엔은 헌터를 또 다른 잔혹한 범죄 현장으로 안내하는데... 헌터의 심리를 흔들어 놓기에 성공하고, 루시엔과 헌터의 1:1 매치로 이어지며 몰입도는 최상으로 이어진다.

 

그들의 영혼을 비운 다음,

오로지 고통으로만

그 빈 곳을 다시 채우는 거야…….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을

빼앗는 거지.

 

루시엔은 왜 그리도 헌터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루시엔의 심리가 비틀어지게 된 계기,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그가 영원히 사라지기 위한 완벽한 계획을 보면서 인간적인 면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범죄자에게 서사는 없는 법.

 

책장을 넘길수록 손에서 뗄 수 없는 몰입감 때문에 시간이 그리도 흐른지 모른 채 책장을 넘겼더랬다.

 

고차원적인 두뇌 심리전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악의 사냥》 강력 추천한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악의 사냥》이 '로버트 헌터' 시리즈의 열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국내에 미 출간된 크리스 카터의 로버트 헌터 시리즈를 다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가 영원히 사라져야 할 때를 위해서.

하지만 루시엔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풀어야만 하는 앙금이 있었다. "

p.94

 

 

신이 주신 이 지구에서 자기가 정말로 되고 싶거나 정말로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사람은 극소수야. 진실은 이래. 우리 자신이 되려면…… 진짜 우리 자신이 되려면 용기는 물론이고 자신감과 함께 많은 개성이 필요해. (중략) 사람들 대부분은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걸 하는 게 아니라, 자기한테 기대하는 것을 한단다.

크리스 카터, 악의 사냥 中 p.207

너 자신이 되는 게 네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는 거야. 언제나 말이야.

크리스 카터, 악의 사냥 中 p.299

 

스릴러 소설에도 이런 주옥같은 구절들이 있다는 점이 심리 스릴러의 또 다른 매력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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