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클래식 라이브러리 8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순배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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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헛된 욕망을 꿈꾸는 인간의 최후를 인생서사로 그려낸 작품으로 최초의 무삭제 판본 번역으로 읽어 보았다.

 

"나는 한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온전하고 완전하게 살아내려 한다면, 모든 감정에 형식을 부여하고 모든 사유에 표현력을 더하고 모든 꿈에 현실성을 더한다면, 세상은 중세 시대의 모든 병폐를 잊고 환희 섞인 유쾌한 충동을 얻을 것이라고 믿습니다."p.32

 

화가 배질 홀워드는 수려한 외모의 청년 도리언 그레이의 외모에 흠뻑 빠져 초상화를 그리며 흡족해한다. 배질의 친구 헨리 경은 순수한 도리언에게 젊음만이 세상에서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며, 쾌락적인 삶을 살아갈 것을 권한다. 완성된 초상화를 선물받은 도리언은 초상화를 보며 젊은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바치겠다 말한다.

 

한편, 도리언은 셰익스피어 희극 배우 시빌 베인과 사랑에 빠져 약혼하고 청혼을 결심하며 친구들을 시빌이 무대에 오르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에 초대한다. 그러나 시빌은 형편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도리언의 기대를 저버린다. 도리언은 아름다운 시빌의 연기하는 모습에 반했지만, 도리언과 사랑에 빠지며 연기가 거짓되고 허무하다 느껴 연기에 집중할 수 없다는 시빌에게 실망해 매정하게 이별을 고하고 만다.

 

 

시빌에게 미안함을 느낀 도리언은 사과하고 결혼하려 했으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난밤, 시빌이 자살했기 때문이다. 초상화마저 나이가 조금 든 듯 변했다 느낀 도리언은 장막을 씌워 방치하고, 방탕한 삶에 빠져든다. 이전의 도리언 그레이의 평판은 이미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다.

 

어느 날 도리언은 배질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보여주었다. 영원한 젊음을 간직할 것만 같았던 그의 초상화가 추악하게 늙어버린 모습으로 변해 충격적이었다. 이에 배질이 도리언에게 충고하자, 도리언은 충동적으로 배질을 살해하고, 친구를 협박해 시체를 처리하는가 하면 죄책감을 덜고자 아편굴에 발을 들여놓으며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이런저런 사건사고들을 겪으며 바닥까지 내려간 도리언은 시골 소녀와 사랑에 빠져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 다짐한다. 자신의 초상화가 변하고 늙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한때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으나, 그의 타락한 양심과도 같은 초상화를 없애기로 마음먹는다. 도리언은 배질을 찔렀던 칼로 초상화가 지닌 의미를 모두 파괴하려 캔버스를 위에서 아래로 쭉 찢었다.

 

외마디 비명소리에 하인들은 경찰을 데리고 도리언의 방에 들어가자 도리언 그레이의 아름다운 젊은 시절의 모습이 담긴 초상화 아래 가슴에 칼이 꽂혀 쓰러져 있는 혐오스러운 인상의 남성, 도리언 그레이의 시체로 소설은 끝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인간은 왜 그리도 '아름다움'과 '젊음'에 집착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까. 물론 나 역시도 자유로울 수는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욕망하는 이들은 영원할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달려드는 게 현실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내주겠다는 도리언 그레이가 타락해가는 모습을 통해 아름다움에 집착한 결과 파멸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인생 서사로 그려낸다.

 

정체성을 견고히 해야 할 중요한 순간에 친구의 속삭임에 겉모습과 쾌락주의에 발을 들여놓은 젊은이가 파국으로 치닫는 최후를 지켜보면서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가질 수 없는 영원한 젊음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살아갈 때 인간은 추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 그리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사실도!

 

세상의 크나큰 사건은 머릿속에서 벌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의 큰 죄악 또한 머릿속, 오직 그곳에서만 발생합니다. p.32

 

정말로 매력적인 사람은 딱 두부류로 나눌 수 있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뿐이네. p.88

 

자신의 삶을 관객의 위치에서 보는 것이 곧 인생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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