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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수상록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0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평점 :
프랑스 철학가 미셀 드 몽테뉴가 20여 년에 걸쳐 집필했다는 《수상록》은 '인간에 대한 위대한 고찰'이란 찬사에 걸맞게 500년이 지난 요즘의 책들과도 결이 다르지 않다. 온전하게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인생의 지혜가 담겨있다.
Que sais-je
나는 무엇을 아는가
세상에는 인생의 목표를 행복에 두고 자신의 기준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행복이란 목표를 위해 명예와 부 등 세상적인 기준에 맞추며 살아가는 사람도 존재한다. 방식이 다르더라도 고민하는 바는 비슷할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말이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법관이란 직분답게 미셀 드 몽테뉴는 스토아학파의 철학과 '신'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며 인생을 톺아본다. 자유로우면서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은 당시에는 없었던 에세이라는 장르를 개척해 수필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한다고. 우정, 습관에 대해, 상상의 힘, 무위 등 몽테뉴가 논하는 짤막한 글들은 죽음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며 세상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즐기며 살기를 권한다.
몽테뉴는 인간만큼 사교적이면서 동시에 비사교적인 존재는 없다고 말한다. 사교적인 것은 천성이 그러한 것이고, 비사교적인 것은 악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따라서 대중의 존재 방식으로부터 분리되어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되는 법을 아는 것이라 전한다. 또한 자신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고독을 즐기는 것, 다시 말해서 세상으로부터 은둔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고독이란, 타인과 이어진 모든 관계에서 분리되어 혼자만의 삶을 마음 편히 즐기는 것이라 정의한다.
진정 자유로울 수 있고 고독을 즐기기 위해서는 타인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으며 은둔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행복하고 영원한 내세의 삶이라는 유일한 목표는
우리가 가진 이점과 즐거움을 버려야만 진정 가능하다.
진정한 믿음과 바람으로 영혼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고독 속에서 즐겁고 충만한 삶을 끊임없이 이룰 수 있다.
몽테뉴, 수상록 中 p.118
많은 것을 가졌던 몽테뉴는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들을 잃으면서 천 권의 책이 둘러싸인 방에서 고독한 시간을 즐기며 《수상록》을 집필했다고 한다. '죽음'을 직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의 사유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관계의 상실에서 상처받은 자신의 영혼을 위로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