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지음, 조동섭 옮김 / 세계사 / 2023년 7월
평점 :
천재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가 데뷔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가 주연으로 유명한 영화의 동명 원작 소설로,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의 추종자들이 자행한 살인 사건을 기반으로 한 실화 소설이다.
1960년대 서부극의 감성이 물씬 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히치하이킹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미녀 배우 샤론 테이트와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부부와 옆집에 사는 빛바랜 배우 릭 달튼 그리고 그의 스턴트 맨 클리프 부스를 중심으로 서사를 이어간다.
한 물 간 배우 릭 달튼은 이탈리아 영화로 재기를 노리지만, 드라마 '랜서'에서 함께 연기하는 8살 미라벨라 역을 맡은 당찬 꼬마 배우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만다. 릭의 그림자 같은 클리프 부스는 스턴트 맨으로 너무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로, 전쟁 영웅으로 훈장까지 받았지만 아내를 살인했다는 의심과 더불어 이소룡과의 싸움으로 릭의 운전기사로 전락하지만, 릭과의 티키타카도 재미를 더한다. 영화에서는 브래트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케미라고 하니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할리우드의 아픔을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맨슨 패밀리가 자행한 1969년 8월 미국 LA 할리우드 힐즈의 로만 폴란스키의 집에서 벌어진 세기의 비극, 태아만이라도 살려 달라는 임신 8개월의 샤론 테이트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소재로 재구성했다.
B급 폭력성을 예술품으로 승화시키는 대가라는 쿠엔틴 타란티노답게, 그의 세계관에 감탄했다. 잔혹성은 유머를 덧입혀 단죄하고, 할리우드의 흔적들을 소설 곳곳에서 만나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캐릭터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초반에 상당 부분을 할애해 내면 묘사를 쌓아 나간다는 점도 그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사건에 대해 몰랐다면 그냥 넘겼을법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했던 영화 <악마의 씨>. 맨슨 패밀리가 이 영화의 광적인 팬이었단 사실, 영화와 유사하게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를 살해하면서도 일만의 죄책감 따위는 없었던 살인마에게 소름 끼친다. 더구나 얼마 전 이들 중 한 명이 53년 만에 가석방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희대의 살인마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아 더 좋았고, 실제 사건을 비틀어 낸 변형판이라는 점이 그의 색깔을 더욱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어.
너무 애쓰지마.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어.
인간은 계획을 세우고, 신은 웃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p.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