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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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블루북으로 감성을 촉촉하게 만들던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에세이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은 싱글 파파가 된 츠지 히토나리가 사춘기 아들과 함께하는 파리에서의 나날들을 담았다.

 

가족은 참 좋은 거구나

 

아들이 10살 때 이혼하고, 줄곧 둘이 파리에서 살았다는 츠지 히토나리는,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에 아들이 열네 살 되었던 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파리 일기를 담아냈다.

 

츠지 히토나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뮤지션 그리고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면서도 아들 앞에서는 작아지는 아빠다. 아들이 10살 되던 해에 갑작스러운 이혼으로 단둘이 파리에서 살아가면서 밝았던 아들이 말 수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리를 잘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가 아들에게 엄마 품을 빼앗은 온기가 사라지지 않게 안간힘을 썼는지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하루하루는 나름대로 힘든 삶의 연속이지만 때로 하느님은 이렇게 깜짝 선물을 주시기도 한다. 인생의 80퍼센트는 힘들고 18퍼센트는 그저 그런 것 같다. 나머지 2퍼센트를 나는 행복이라고 부른다. 깜짝 놀라게 행복한 것보다 그 정도가 좋다.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p.18

 

자신의 마음을 아빠에게 잘 보여주지 않던 아들이 사춘기를 거쳐 성장하는 과정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의 과정이 담겨 있어 뭉클해지기도 한다.

 

친구의 가족들과 복작복작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하는 말이 있다.

"가족은 참 좋은 거구나."

사람과 사랑에 고팠던 아이였기에 부모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의 모습은 마음 한편 이 아려온다.

 

그래도 프랑스라는 국가가 워낙 이혼과 복합 가정이 많기에 아빠와 단둘이 사는 프랑스 국적의 일본인 남자아이로도 차별 없이 그나마 상처를 덜 받으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가족은 참 좋은 거구나.'라는 말은 정말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가족도 있구나'라며 감탄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왜 그리도 가슴이 아프게 들리는지.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듣기 전에 스스로 나서서 생각하고 그 안에서 역할을 해내고 있거든. 날마다 그런 자신에게 놀라고 있어. 그런 가족 안에 있을 수 있어서 지금은 너무 행복해.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빠는 아빠만의 시간을 즐겨.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p.181

 

《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는 파리에서의 10년 기록이라 파리의 치안이 안정되면, 장기로 머물며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했는데, 코로나 기간과 맞물린 기간 위주로 편집되어 여행 정보를 얻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요리와 음악으로 연결된 아빠와 아들의 서사. 예술가 아버지라 그런지 여느 아버지와는 다소 다른 선택을 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소중하면서도 무언가 둘만의 어색한 관계를 꿋꿋이 지켜내는 과정은 응원해 주고 싶다. 행복은 자신들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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