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의 빛과 바흐의 사막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미술과 클래식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경arte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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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클래식의 콜라보 책에 매력을 느껴 읽게 된 《호퍼의 빛과 바흐의 사막》은 예술가 39인의 혼이 담긴 작품의 세계로 안내한다.

 

《호퍼의 빛과 바흐의 사막》은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의 후속작으로, 전편에 비해 개성적이고 자신의 컬러를 가진 예술가들을 담았다고 한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장 프랑수아 밀레,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에드워드 호퍼, 페르난도 보테로 등 우리에게 익숙한 예술가들로 구성되어 있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이외에도 귀스타브 쿠르베, 알베르토 자코메티, 르네 마그리트 등 자신의 색이 분명한 작가들과 에드바르 뭉크, 프란시스코 고야 등 대담한 작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녹아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호퍼의 빛과 바흐의 사막》은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라는 명작을 남긴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로 예술 여행을 시작한다. 고통 속에서 예술의 혼을 불태운 프리다 칼로의 인생사를 알고 그녀의 작품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육체와 마음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간 그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으로 고통을 승화시킨 그녀의 열정과 의지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꺾지 않고 '왈츠의 왕'으로 거듭났다는 스토리는 부자지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욕망이 묻어난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반대한 아버지가 바로 '왈츠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였기 때문이다. 그가 반대한 이유는 아들이 음악가의 힘든 삶을 겪는 것을 걱정되어서가 아니었다. 그의 반대는 바로 자신을 뛰어넘는 아들의 재능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되었다는 후문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동시에 인간이기에 가능할 수 있다며 이해가 되기도 한다.

 

오늘날의 우리는 모두 호퍼의 그림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작가다. 영국 가디언지는 2020년 한 기사에 "오늘날의 우리는 모두 호퍼의 그림이다."라고 할 정도로 호퍼는 현대인의 삶을 리얼리즘으로 그려냈다. 그러나 지금의 호퍼가 있기까지는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내조한 아내의 역할이 한몫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작가로서의 자신의 꿈 대신 남편의 뮤즈이자 매니저로서 호퍼를 지지한 그의 아내는 호퍼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데, 아내의 무표정이 그녀의 마음이 투영된 듯 보인다.

 

특히 책 속에 소개한 작품들은 주로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접했던 작품이라 관심을 끌면서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를테면,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수록된 클래식들, 광고 속 등장한 예술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자는 미술과 클래식이 늘 함께하는 일상, '보물 찾기'라는 즐거움으로 일상을 살아가기를 권한다. 예술 작품에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다 보면, 우리의 일상 속에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녹아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그 즐거움으로 인생이 보다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게 될 테니까.

 

예술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싶은 독자라면 《호퍼의 빛과 바흐의 사막》과 함께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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