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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평점 :
우리에게 『월든』로 익히 알려진 미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은 정부의 권력이 부당하다고 여겨질 때, 공개적으로 거부할 '시민의 불복종 의무'에 대해 강조하며 올바른 이정표를 제시한다.
멕시코 전쟁과 노예 문제에 대해 용납할 수 없던 데이비드 소로는 《시민 불복종》 중간중간 성경과 고전 문학 내용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누구의 소유물이 되기에는
어디서 이인자가 되기에는
혹은 세상 어디에서든 어느 국가의
유용한 하인이나 도구가 되기에는
나는 너무 고귀하게 태어났노라.
셰익스피어의 『존 왕』
노예제도를 반대한 데이비드 소로는 노예제를 지원하는 정부에 대항하며 양심적 불복종으로 주민세를 내지 않는다. 이에 하룻밤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으며, '시민 불복종'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고향 마을을 더 자세히, 제법 깊이 살펴보면서 비로소 마을 주민들이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로는 정부가 달라지기 어려울 때, 국민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시민 불복종'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선, 시민 불복종이 정당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행위 목적에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정의'를 따르되, 효과가 없을 시에 '시민 불복종'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더불어 비폭력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을 존중해야 한다. 혹여 처벌받더라도 감수하며 사회 구성원의 양심에 호소하라 권한다.
나는 우리가 사람이 되고 나서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을 정의만큼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해야 하는 유일한 의무는
언제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 불복종 p.9
현명한 사람은
정의를 운에 맡기지 않을 것이다.
정의가 다수의 힘 덕택에
우세하기를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대중의 행동에는 미덕이 거의 없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 불복종 p.17
'현명한 사람은 정의를 운에 맡기지 않는다'라며, 양심에 따라서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849년에 쓰인 에세이 《시민 불복종》는 훗날 인권 운동가 간디와 마틴 루터 킹에게 많은 영향을 준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문장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가장 기본은 불의를 행하지 않는 것인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지 않을까.
정부가 너무 커도 문제는 항상 존재한다. 최소한의 정부를 주장하는 소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지는 이유도 이에 동의하기 때문일지도. 5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얇아서 부담 없이 읽기 좋았고,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고전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