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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맥베스
하야세 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모티브로 재구성한 범죄 스릴러 소설 《미필적 맥베스》. 토요일 반나절을 할애했지만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J 프로토콜 홍콩에 있다가
살아서 다시 도쿄로 돌아간 직원은
아무도 없다.
J 프로토콜의 부장 대리 나카이 유이치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부하 직원인 반과 해외 출장이 잦다. 방콕 출장의 성과를 내고 돌아가는 길에 사내 커플인 유키코로부터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이 소식을 듣게 된다. 나카이가 홍콩의 한 자회사 대표로 승진이란 가면의 좌천 발령되었다고. 홍콩 착륙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마카오에 착륙하게 되면서 우연히 카지노에 들러 큰돈을 손에 쥐게 되고, 소피라는 여성으로부터 뜬금없이 "당신은 왕이 돼서 여행을 떠날 거야."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맥베스와 뱅쿠오도 그저 주군을 충실하게 섬겼을 뿐이었다. 전쟁터에서 귀환하는 황야에서 세 마녀를 만난 것이 비극의 시작이고, 그것을 '말려들었다'는 말로 바꾼다면 나는 반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그는 나보다 조금 일찍 이 수렁 속으로 굴러떨어졌을 뿐이다.
미필적 맥베스 p.330
《미필적 맥베스》에는 불법 도청은 기본이고 위조 여권, 사문서 위조에 살인까지 범죄 드라마의 요소는 다 들어있다. 선량한 시민에서 살인을 저지른 인간으로 바뀌는 시간은 불과 30분에 불과하다는 주인공의 목소리, 이 모든 것이 20 년도 전에 계획되었다는 것은 소름 끼치기도 한다. 그러나 뭘 좋아할지 몰라 바닐라 시럽에 캐러멜 시럽 그리고 헤이즐넛 시럽까지 추가한 커피를 다카기에게 건네는 모리카와의 소소한 복수는 웃음을 자아내고, 20여 년 전 첫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 용기를 내는 모습은 운명에 대항하는 현대판 맥베스의 또 다른 재미로 느껴진다.
사람은 누구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20년씩 끌어안고 살아갈까. 그리고 그 사랑에 도착했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그것은 꼭 처음 두세 페이지밖에 읽지 않은 책 같다. 이야기는 문이 닫혀 있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어딘가에서 그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내가 이미 죽었다 하더라도
미필적 맥베스 p.484
결말이 빤한 이야기에 어울려주는 건 시간 낭비다. p.369
우연을 우연이라고만 여기는 입장과 우연인데도 거기에 숨겨진 필연에 때문에 벌벌 떠는 입장의 차이가 바로 내가 널 이기지 못하는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야. p. 417
"너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너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러움을 느끼지 않는 거야." p.419
"평범한 사람은 질투나 선망 같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네게 그런 감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야. " p.421
현대판 맥베스의 막이 내리기까지 쉼 없이 달려가는 《미필적 맥베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다니 안 믿어진다. 맥베스의 기본 줄거리를 알고 있다면 더 흥미롭게 읽힐 테지만, 설령 맥베스의 이야기를 모른다 할지라도 중간중간 내용이 나오기에 따라가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다.
질투심에서 시작된 운명의 장난, 저자는 언젠가 여행은 끝난다며 《미필적 맥베스》에서 주인공 나카이가 비극적인 운명의 장난에 희생될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할지 기대하며 읽게 만든다.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방콕과 베트남을 오가는 나카이 유이치의 여행에는 겨울과 봄이 없다. 동남아 특유의 날씨 때문일지도. 그가 매번 마시는 쿠바 리브레의 맛이 궁금하다.
시간 순삭 소설 《미필적 맥베스》 비 오는 주말 오후를 함께해서인지 비 오는 장마철에 읽을 미스터리 범죄 소설로 추천한다. 자유를 향한 그의 험난한 미스터리 여정에 함께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