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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평점 :
'트위스트의 여왕'이라 불린다는 앨리스 피나의 《가위바위보》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의 혼을 쏙 빼놓는 페이지터너 스릴러 소설이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부부가 있다. 그러나 엄연한 룰이 있었다. 룰만 지키면 둘 사이는 안전하다. 아내는 가위, 남편은 보. 언제나 정답은 아내가 이기는 결말이니까. '내 남편은 내 얼굴을 못 알아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가위바위보》. 책을 다 읽고 다시 첫 문장을 읽으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가위바위보로 정할까?
결혼한 지 10년 된 부부가 있다. 두 사람은 매년 결혼기념일 전통에 따라 종이, 구리, 양철 등으로 만든 선물을 교환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절대로 보여주지 않을 편지를 쓴다. 결혼생활의 명암을 적나라하게 담은 비밀 기록이다. 어느덧 결혼 10주년을 맞아 그들 부부는 함께 주말여행을 떠나 점점 틀어져 가는 사이를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세상사도, 사람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가위바위보 中 p.342
아멀리아와 애덤 부부는 스코틀랜드의 한 예배당을 숙소로 제공한다는 이벤트 당첨 메일에 주말여행을 떠난다. 인적이 드문 예배당은 으스스 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편, 2층 침실은 자신들의 침실과 매우 흡사해 무언가 석연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폭설에 갇혀 되돌아갈 수도 없는 판국에 물도 안 나오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이곳은 스릴러 현장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가위바위보》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하는 아내 아멀리아, 실인증을 앓는 시나리오 작가 애덤, 로빈의 시선이 교차되고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남편에게 편지를 쓰는 아내의 편지가 살을 붙이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 아멀리아와 애덤, 두 사람을 잘 알고 있는 분위기의 로빈까지 누가 범인으로 그려져도 이상하지 않도록 저자는 독자의 감정선을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소설을 좋아해 보통 1/3 정도 읽으면 대충 윤곽이 잡혀 전개가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가위바위보》는 반 이상을 읽고 나서야 어색했던 퍼즐 조각이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가며 놀라운 비밀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긴장의 끈을 빨리 놓았다가는 뒤통수 제대로 맞을 수 있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까지만 언급해야겠다. 앨리스 피나의 다른 작품들도 한국에 얼른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결혼기념일 전통, 올해의 단어 등 특별한 이벤트로 삶을 채워나가는 로맨틱한 분위기도 또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넷플릭스 TV 시리즈 영상화 확정되었다는 《가위바위보》, "속도감 무엇? 진짜 재밌다."라는 말밖에 안 나오는 가운데 주변을 더 믿지 못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트위스트의 여왕'이 수놓은 메리지 스릴러의 서늘한 공포에 흠뻑 취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반전 스릴러 애독자들은 요번 여름에 읽을 책이 너무 많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