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 법. 재독하는 책이라서인지 결말을 알기에 벌레로 변한 그레고리의 회상 장면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가정을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평생 돈을 벌어다 주던 일벌레 그레고리가 벌레가 되며 더 이상 가족에게 풍요로움을 제공해 주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걱정하지만, 그레고리는 가족으로부터 전력으로 도망치기 위해 비틀거리며 기어가기도 한다. 이제 잠자 가족에게 그레고리는 쓸모없고 귀찮은 존재라 여겨질 뿐이다.
20세기의 거장인 카프카의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진다. 자신의 설자리를 잃은 퇴직한 가장들의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평소 가장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다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식충이라 여기며 귀찮아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민낯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어지는 것 같다.
카프카는 <변신>을 그레고리의 죽음으로 마무리한다. 그의 죽음과 홀가분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가족을 상반되게 그려내며 인생의 허무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