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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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 소개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소설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미친 속도감에 압도되어 순삭 읽혀버리는 페이지터너 적은 분량이라 아쉬울 뿐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성에 젖어드는 소설이다.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는 세 편의 단편 소설로, 고급 맨션에 홀로 사는 여인, 결혼 상대를 찾는 여인,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여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에는 마술사 출신 가미오 다케시가 도쿄 에비스 골목에 위치한 '트립 핸드' 바를 운영하며 남다른 센스로 손님들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맨션의 여자

위기의 여자

환상의 여자

 

부유한 노인의 죽음으로 유산을 상속받은 젊은 여성이 가족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가 하면, 썸남의 의도적인 술수로 위기에 처한 여성이 등장하기도 하고, 위태로운 부부와 자녀 그리고 위태로운 남성을 사랑하는 여성까지 복잡 미묘한 이 시대에 불완전한 인간 군상을 다룬다. 블랙 슈트의 가미오는 그들의 인생 리셋을 위해 사건을 재치 있게 해결하며 재미를 선사한다.

 

"생각해 봤는데, 난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지도 몰라." 포크를 쥔 손을 내려놓고 유즈키가 말했다. "나랑 만나지 않는 동안에, 어떤 식으로 살고 있는지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그의 전부라 생각했지."

"보통 그렇지. 그걸로 된 거 아냐?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법이니까. 그런 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아."

p.198

 

"무엇이 행복이라 여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하지만 이것만큼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손안에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히노 씨에게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피 흘릴 것도 각오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건 정말 멋진 일이죠. 안 그런가요?" p.228

 

살인 사건 없이도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반전과 사건의 서사는 시간 가는 것을 잊게 만든다. 게다가 사회적 이슈와 더불어 인간의 복잡 미묘한 심리 그리고 이면의 진실을 맛깔나게 구현하는 그의 탁월함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듯.

 

 

마지막 『환상의 여자』는 우리의 정서와 조금 차이가 있어 공감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환경과 가치관이 다른 것일 뿐, 각자의 위태로운 삶에서도 지켜내는 무언가에서 마음이 뜨거워진다. 아이를 존중하는 부성애는 드라마 『슈롭』에서 김혜수의 엔딩 장면이 연상되었고, '환상의 여자'의 친구를 보며 과연 나를 위해 피를 흘릴 각오를 할 친구는 누구일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을수록 재미가 배가되는 것은 기정사실. "우리 만남에 건배!"라는 문장은 전작 《그대 눈동자에 건배》가 오버랩되기도 한다. 《블랙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에 등장했던 블랙 쇼맨과 트립 핸드가 주요 배경이자 사건의 해결사라고 하니 리스트에 담아놓고 읽어봐야겠다.

 

다작하는 작가라 1년에도 몇 권씩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할 뿐.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블랙쇼맨 시리즈도 기대해 본다.

 

장르 소설 마니아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애독자들이라면 최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설렐 터.

평소 책장이 잘 안 넘어가 소설 한 권 완독이 어려운 분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시간 순삭의 경험을 선사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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