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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평점 :
다수의 검증을 거친 작품을 읽는 것도 의미 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미공개 작품을 읽는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블루 & 그린》은 『자기만의 방』으로 스무 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집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 수록되어 더욱 의미가 있다.
여성으로서 경제적 자립과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한 『자기만의 방』과 사교계의 명사 댈러웨이 부인이 바느질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댈러웨이 부인』처럼 《블루 & 그린》 역시 1920년대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는 고전으로 영미 문학 거장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녀가 평생 집필한 50편의 단편 중 페미니즘 요소, 고독사, 행복, 여성 퀴어 등을 다룬 한 페이지 분량의 단편부터 중단편 등 18편이 수록되어 있어 울프의 다양한 세계관을 마주할 수 있었다.
군중 속에서 혼자라고 느낄 때보다
더 외로운 순간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불가사의한 V 양 사건 p.85
<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에서 클라리사 댈러웨이 부인을 재회할 수 있어 버지니아 울프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특별한 직감 같은 것이 있어서,
아무리 애써 봐야 소용없다고
속삭일 때가 있다.
그런데 휴 같은 남자는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그걸 존중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거지.
클라리사는 생각했다.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 p.48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전개하기에 가끔 난해할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그녀의 흐름에 맡기고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하버드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 중 한 명이 자 그녀의 작품은 죽기 전 꼭 읽어야 할 고전에서 빠지지 않듯, 《블루 & 그린》도 고전 문학 탐독 가나 여성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읽어봐야 할 도서로 자리하지 않을까.
그리고 《블루 & 그린》은 독서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다는 큰 매력을 지닌 책이다.
깔끔한 번역 덕분에 맥락이 끊기지 않을뿐더러 널찍한 자간과 행간은 가독성을 높인다.
초록이 사라지고, 파랑이 덮치는 초록과 파랑의 흐름에 맡기고, 그녀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그녀의 기본 메시지에 행복의 환희를 만끽하면서 말이다.
행복에는 항상 이렇게 멋진 환희가 따른다.
이는 정신적 고양이나 넘치는 충만,
칭찬, 명예, 건강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신비스러운 상태,
무아지경, 황홀경 같은 것이다.
행복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