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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왕국 서로마 제국이 ‘시시껄렁하게’사라지는 순간 - 프로와 아마의 차이 ㅣ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서로마 제국이 허무하게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천년왕국 서로마 제국이 시시껄렁하게' 사라지는 순간》과 《한의 몰락, 그 이후 숨기고 싶은 어리석은 시간》이 시리즈로 나온 것도 흥미롭다.
서로마가 멸망하며 서양 고대사가 막을 내리듯, 한이 해체되며 중국 또한 최장의 분열의 시기를 맞는 동시에 왜 멸망하게 되었는지 모른 채 흐지부지 사라졌다는 유사함을 통해 동서양의 거대 제국의 멸망의 순간을 함께 훑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 시리즈는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에 인간의 선택에 대해 짚어보며 그의 그릇의 크기를 가늠해 본다. 1권 《천년왕국 서로마 제국이 시시껄렁하게 사라지는 순간》은 찬란했던 로마의 황금기를 조명하지 않고, 허망하게 사라지게 된 그 순간에서 인사이트를 찾아본다. 2권 《한의 몰락, 그 이후 숨기고 싶은 어리석은 시간》에서는 권력자 왕망, 동탁, 조조, 사마의와 지식인의 관계를 보여주며 지식인의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틸라에게 서로마 원정의 빌미를 준 것은 스캔들에서 시작했다. 서로마 황제의 누이가 권력에 욕심을 내며 복수심에 아틸라에게 접근했으나, 아틸라를 얕본 게 화근이었던 것이다. 또한 로마가 멸망의 길로 접어들 게 된 배경에 황제에 오르지 않은 오도아케르의 선택을 보여주며 격변기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에 대해,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무엇인지,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하는 역사의 순간 등 역사의 순간에서 인간의 그릇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도 "로마제국은 이렇게 멸망했다. 야만족이라도 쳐들어와서 치열한 공방전이라도 벌인 끝에 장렬하게 무너진 게 아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도 없고, 처절한 아비규환도 없고, 그래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라고 허망해했다.
p. 73
책은 지식과 정보를 가공하고 배열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비즈니스라고, 편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답게 역사의 순간을 100 페이지로 맛깔나게 소개해 이후 후속작들도 기대된다.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짧고도 가독성 좋은 100페이지 인문학 시리즈를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