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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ㅣ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평점 :
학창 시절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읽지 않은 이가 있을까.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는 브론테 자매의 유년 시절로 초대해 브론테 세 자매가 모두 천재 소설가가 된 배경엔 어떤 연유가 있는지,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지 그녀들의 삶을 돌아본다.
『제인 에어』, 『빌레트』 등의 작가 샬럿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
『애그니스 그레이』의 앤 브로테까지
브론테 세 자매가 명작 소설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천재적인 DNA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의 환경 탓이었을까.
메리 테일러에 따르면
황야는 언제나
그들을 불러내는 놀이터였다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中
사실 브론테 자매가 살던 유년 시절의 요크셔 황야는 낭만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황량한 불모지에 불과하다. 아내가 일찍이 세상을 뜨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던 가난한 목회자 패트릭 브론테는 샬럿의 언니 둘이 기숙 학교에서 죽으면서, 샬럿과 에밀리를 집으로 데려와 폐쇄적인 세상에서 가정 교육을 받게 하였다. 특히 모든 정보는 '책'을 통해 수집하도록 강조하고 딸들에게 양서를 추천하며 책을 즐기도록 권했다고 한다.
은둔의 생활 속에 브론테 자매는 서로 똘똘 뭉쳐 고독과 외로움을 '지어내기'라는 놀이로 승화하며 고독을 즐겼다. 브론테 자매들은 현실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을 상상의 세계에서 지어내 나누면서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끼는 동시에 일상에서 일찍이 소설가의 자질을 키워왔던 것이다.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를 통해 브론테 자매의 일생을 알고 나니, 그녀들의 수작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전과는 작품 해설의 깊이가 달라질 테니 말이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워더링 하이츠,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바로 그녀들이 자라온 요크셔 황야에서 모티브를 얻어 배경으로 자리했으며, 가난으로부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정 교사의 삶을 살아갔던 자신의 삶을 녹여 『제인 에어』라는 명작을 탄생시킨 샬럿 브론테,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로우드 학교가 그녀가 실제 다녔던 코완브리지의 생활이라는 점도 다시 읽으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으나 언니들과는 달리 결혼을 꿈꾸던 막내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도 읽어 봐야 할 목록에 추가해 놓았다.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는 샬럿 브론테의 러브스토리는 물론 브론테 자매의 편지들과 수록된 삽화들로 빅토리아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그리고 브론테 자매의 남자 형제 화가를 꿈꾸던 브론웰까지 등장해 브론테 가족의 완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다.
19세기 대표 작가로 거듭난 샬럿 브론테가 에밀리와 앤이 세상을 뜨자 그녀의 창작활동 역시 더뎌지는 모습은, 브론테 자매가 얼마나 끈끈한 운명 공동체였는지 가늠해 보게 된다. 마흔을 채 넘기지 못한 이들이 10년씩만 더 살았다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고전이 더 늘어났을 텐데... 천재적인 DNA에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단명이라는 운명에 지고만 브론테 세 자매의 비극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가난과 시련에서도 굳은 신념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 브론테 자매의 삶이 가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다독여주고 싶다.
결국 브론테 자매의 삶의 터전이 배경이 된 『폭풍의 언덕』의 책장을 열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에밀리 브론테의 성향을 알고 난 뒤에 펼쳐든 『폭풍의 언덕』의 첫 장이 달리 보인다.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이렇게 완전히 동떨어진 곳을 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을 싫어하는 자에겐 다시없는 천국이다.'
요크셔 황야는 비록 가난하고 폐쇄적인 외부와 단절된 은둔의 공간이었을지라도 자발적인 사교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에밀리에게는 앤과 샬럿이 있었기에 '함께 의지하고 창작의 영감을 주는 브론테 자매의 고요한 천국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고전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 혹은 브론테 자매의 문학 작품을 애정 하는 독자라면 뜻깊게 다가올 책으로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