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랏소에
달시 리틀 배저 지음, 강동혁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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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역대 최고 판타지 소설 100에 선정된 SF 판타지 소설 《엘랏소에》는 영력을 지닌 인디언 소녀의 성장 미스터리 소설이다.

 

어느 날, 죽은 동물의 영혼을 불러내는 능력을 지닌 17세 소녀 엘리에게 꿈에 사촌 트레버가 찾아와 자신이 윌로비 출신 에이브 앨리턴 박사에게 죽임을 당했다며 에이브가 가족을 해치지 못하게 해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사촌 트레버가 죽음에는 엘리가 생각할 수 없는 크고 기묘한 수수께끼와 얽혀있는 듯한데...

 

사실 죽은 동물의 혼령을 불러내는 소녀 이야기라 너무 다크 할까 우려되 읽을까 망설였었다. 그러나 마법과 역사 그리고 미스터리가 적절히 어우러진 청소년 판타지 소설이라 무겁지 않았고, 아픔과 함께 성장하는 엘랏소에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소설의 초반부는 죽은 동물의 혼을 불러내는 주인공과 더불어 박쥐 수법을 쓰는 뱀파이어, 영매, 유령, 저주, 마법, 퇴마사 등 지하세계의 어두움이 깔리는 독특한 세계 때문인지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엘리와 제이가 트레버 사건의 전모를 파악해가며 사건의 퍼즐이 맞춰질수록, 마법과 미스터리적 요소가 가미될수록 책장 넘기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엘리는 죽은 자를 깨우는 팔대조 할머니의 기술을 비밀을 지키며 살아가는 리판 아파치족의 후예이자 지하세계를 방문하고 살아 돌아온 유일한 엘랏소에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이라면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도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엘리의 능력이 탐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상 세계와 지하세계 모두에서 상처와 상실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소녀의 운명이 가혹하다 느껴졌다.

 

 

소설의 주요 스토리 라인인 트레비 사건의 범인 앨리턴 박사는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이들이 도진개긴이듯 부자들을 고쳐주려고 가난한 사람들을 죽이는 몰지각한 인성의 위선자다. 여타 범죄물의 나쁜 놈이 그러하듯 트레버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도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타인의 목숨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는 악인과 대치하는 엘리의 장면은 실감 나게 묘사해 영상미를 더했다.

 

《엘랏소에》가 여러 상을 수상한데는 재미와 더불어 시사하는 바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고대 아메리카 인디언 아파치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이기적인 인간의 민낯을 마주하게 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지는 인디언 부족의 험난한 여정을 판타지적으로 풀어낸 점도 《엘랏소에》를 읽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인 것 같다.

 

인종 대학살을 당하지 않도록 가족을 지켜야 했던 팔대조 할머니를 이어 가족 대대로 고스트 위스퍼러 비밀을 지키며 살아가는 엘랏소에 가족의 모험담은 실제 백인의 침략에 맞서 싸우고 보호지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인디언 아파치족의 역사와 맞물려 마음을 아려오기 때문이다.

 

조금 색다른 판타지물이 읽고 싶은 독자,

평소 인디언 문화나 마법 판타지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엘랏소에》 일독을 추천한다.

 

"역사는 우리 머릿속에서, 기록을 통해 전해져. 마법에 걸린 혀가 설득력 있는 거짓말을 자아내지. 거기에 마법까지 있으면, 우리는 온 세상에 이날 밤을 잊으라고 설득할 수 있어. 너와 네 가족까지 잊으라고 말이야. "

p.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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