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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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의 소설 《캉디드》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동시에 라이프니츠의 낙천주의 세계관을 풍자하는 18세기 프랑스 대표 계몽주의적 소설답게 '현재에 충실하라' 당부한다.

 

캉디드 Candide, 순박한

 

베스트팔렌 툰더-텐-트론크 남작의 성에 품행이 온화하고 순수한데다 올곧은 판단력을 지녀 캉디드라 불리는 청년이 있었다. 그런데 이름처럼 순수한 청년 캉디드는 남작의 딸 퀴네공드와 키스했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성에서 내쫓기면서 파란만장한 여정이 시작된다. 세계 곳곳을 떠돌며 매를 맞는가 하면 죽음의 위기에 처하면서도 '모든 게 각각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고 모든 건 최고의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스승 팡글로스의 말을 음미하는데...

 

고전 소설이지만 가독성이 좋았던 캉디드는 스케일도 남다르다. 그는 독일, 불가리아, 포르투갈, 페루, 프랑스, 베네치아 등 세계를 일주하며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황당한 사건들을 마주한다. 비참하게 죽었다는 퀴네공드와 재회와 이별의 반복, 엘도라도에서 황금을 가져와 어마어마한 부를 획득했다가 순식간에 잃어버리는가 하면, 참수형에 죽은 줄 알았던 스승과 재회한다.

 

거짓말같이 죽었다는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나 재회하는 장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다 모아둔 것처럼 누가 더 비참한 인생을 살아왔는가 토해내는 비극 배틀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세상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줄곧 불행 앞에서도 '모든 것이 잘 될 거라 말하는 낙관주의자 팡글로스는 사실, 자신의 철학을 주장했을 뿐 믿지는 않았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볼테르는 《캉디드》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절세미인 퀴네공드는 세월과 삶의 굴곡에서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고, 낙관주의 철학자도 질곡 앞에 자신의 철학이 헛되었음을 깨달으며 절대 진리는 없음을, 쉽게 얻은 일확천금 역시 쉽게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또한 권력에서 밀려나 수모를 겪는 왕들의 모습에서 영원한 권력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캉디드는 삶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일하는 것뿐이라며 비옥한 땅을 경작하자며 마무리하는 장면은 시대가 흐른 지금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시련과 과거에 사로잡혀 무너지기보다 고통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고 말이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희화한 볼테르의 작품 《캉디드》는, 빅토르 위고가 '이탈리아에 르네상스가 있고, 독일의 종교개혁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볼테르가 있다'라고 한 찬사를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좋다고 하는 건 어리석은 말입니다.

대신 모든 것이 최선의 목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p.11

 

캉디드는 엘도라도에서 가져온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잔뜩 실은 양들을 모두 잃었을 때의 괴로움보다 단 한 마리를 되찾은 기쁨이 훨씬 컸다. p. 111

 

악이란 게 그렇게 살벌하답니다. 모든 희곡과 모든 서적에 독설을 쏟아부으면서 생명을 얻는 게 바로 악이거든요. 악은 그게 누가 됐든 성공한 사람이라면 증오해요. 내관이 성적으로 즐길 걸 다 즐기고 다니는 인간들을 증오하듯이 말이요. 문학에 똬리를 튼 채 진흙과 독을 먹고 살아가는 뱀 같은 자예요. 삼류 기자요.

p.121

 

나쁜 일이란, 그림 속에서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그림자 같은 거예요.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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