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희망의 끈》은 촘촘한 얼개로 짜인 전개의 지루할 틈 일도 없는 흡입력 있는 소설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느 날 '야요이 찻집'의 사장 하나즈카 야요이가 카페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며 사건 현장으로 안내한다. 마쓰미야는 면식범 소행에 중점을 두며 야요이의 전 남편 와타누키와 단골손님 유키노부가 확실한 알리바이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석연치 않아 용의 선상에 올리고 수사에 착수하는데...
행복은 대개 비슷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아픔의 양상은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을 정도로 제각각이다. 소설에도 지진으로 두 아이를 잃은 노부유키 부부가 새로 아이를 가지면서 재기할 힘을 내는가 하면, 난임 클리닉을 다녀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이혼하는 야요이와 와타누키 부부 그리고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사연 등 아픔의 유형도 견디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살인 사건과 연계된 가정들이 저마다 아픔을 뒤로한 채 살아가는 사연을 통해 그들이 지키며 살아왔던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동시에 부부로 살아가는 의미, 부모에게 아이란 어떤 의미인지, 부모와 아이라는 천륜 등 가족과 만남 그리고 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다. 또한 숨겨진 진실을 마주한 당사자의 고뇌와 심경을 섬세하게 묘사해 감정을 쌓아가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만날 수는 없다 해도,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어. 그리고 그 끈이 아무리 길어도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 죽을 때까지 그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하더구나.히가시노 게이고, 희망의 끈 中 p.446
만날 수는 없다 해도,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어.
그리고 그 끈이 아무리 길어도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
죽을 때까지 그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하더구나.
히가시노 게이고, 희망의 끈 中 p.446
운명의 여신은 너무나도 잔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허함에 굴복하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을 때 희망에 닿을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던지며 마무리한다. 이 또한 재미와 감동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이 아닐런지.
개인적으로 《희망의 끈》이 의미 있게 다가왔던 이유는, 가가 형사와 그의 사촌 동생 마쓰미야 형사의 티키타카의 재미는 물론이고, 마쓰미야 슈헤이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본격 주인공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가가 형사의 예리한 추리력을 좋아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애정 하는 독자로서 가가 형사 못지않은 예리한 촉을 지닌 마쓰미야가 진정한 형사로 거듭나며 앞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시리즈의 한 축을 차지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놓지 말아야 한다는 '희망의 끈'은 무엇일지,
마쓰미야 슈헤이의 출생의 비밀은 《희망의 끈》에서 직접 확인하며 재미와 감동에 빠져보시길 추천한다.
p.61 만남을 소중히 여긴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고요.
결과적으로 이혼하고 말았지만,
전 남편을 만난 것도 귀중한 재산으로 여기니까 결혼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더군요.
p.171
“나는 나야.
누군가를 대신해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죽은 사람 몫까지 살라는 말도 듣고 싶지 않아!”
p. 385
“전에 말했지, 형사의 일이란 진상만 밝힌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취조실에서 밝혀지는 진실뿐 아니라 본인들 스스로 이끌어 내는 진실도 있는 법이거든.
그걸 가려내는 일에 골머리를 썩이는 형사가 좋은 형사야.”
“중요한 점은 자신의 판단에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느냐는 거야. 경우에 따라서는 진실이 묻히고 마는 수도 있으니까.”
*참고로 《희망의 끈》은 일본에서 2019년 출간된, 국내 처음 소개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