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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그리면 거짓이 된다
아야사키 슌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선택받은 사람만이 걸을 수 있는 인생이 있다.' 아야사키 슌의 성장소설 《너를 그리면 거짓이 된다》는 타고난 천재와 노력형 천재의 연애 없는 사랑 이야기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천재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느 순간 도태되기도 한다. 설령 천재로 타고나더라도 천재성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없다면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 천재성을 알아봐 주는 단 한 사람만이라도 만나게 되면, 언제라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네 명의 화자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자신이 천재인 줄 알았으나 미술 선생님으로 살아가며 천재를 키워나가는 조력자의 시선으로, 노력형 천재의 동생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또 다른 타고난 천재 고즈에의 시선, 천재를 질투하던 다카가키 케이스의 시선,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영혼 도코의 시선으로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하는 천재들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전개한다.
타고난 천재 도코
노력형 천재 하루토
타고난 천재성을 모르는 고즈에
천재 수강생들과 아틀리에 원장 세키네 미카를 통해 재능은 누구와 함께 어떻게 키워 나가느냐에 따라 역량이 발휘된다는 사실을 짚어준다.
지나간 일에 구애받지 않는 다키모토 도코와 다른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는 난조 하루토의 운명적인 만남은 그림이 인생의 전부였던 도코가 하루토를 살리려다 오른팔을 잃고 절망에 빠지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도코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는 비탄과 늘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던 하루토마저 태도가 변하자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지만, 도코를 다시 살아나도록 일깨워주는 역할 역시 하루토의 몫이다.
아야사키 슌은 일본 최고의 연애소설 작가답게 《너를 그리면 거짓이 된다》에서 재능 경쟁이 치열한 예술계의 두 천재를 경쟁자가 아닌 서로 보완하고 시너지내며 성장하는 동반자로, 우정에서 연애 없는 사랑으로 물 흐르듯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평행선을 이루며 공존하던 두 천재의 세계가 폭풍우로 인한 비극의 서사를 극복하며 하나의 세계가 되는 아름다운 결말에 마음마저 몽글몽글해진다.
높은 몰입도에 책장이 잘 넘어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동시에 기쁨과 고뇌 그리고 성장에 대해 사색하게 한다.
천재도 조력자가 없으면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듯, 세상은 혼자 살아갈수 없다는 것을. 상생과 연대의 중요성을 작품에 잘 녹여냈다.
"그림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야.
즐겁기만 해서는 안 돼.
자네는 어딘가 편하게 그리고 있어.
그래서 즐겁다고 단언할 수 있는 거겠지.
진짜배기를 목표로 한다면
아픔도 느껴봐야 해.
괴롭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그림을 그리는 동기가 기쁨이 전부라면
미래는 없어."
p.39
사람은 누구나 상처받고 소모되고,
그럼에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간다.
미래만 보며,
값어치가 있는지 어떨지도 모르는 길에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마음을 지켜나간다.
p.265
미래는 언제나 자신의 손안에 있다.
그 너머를 그리는 사람도,
짓이기는 사람도 언제나 본인밖에 없다.
p.266
일찍이 피카소는 '예술은 슬픔과 고통에서 나온다'고 했지.
그림은 영혼의 갈등이어야 해.
자네 작품에서 삶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건 고뇌를 포기했기 때문이야.
p.275
만약 딱 한 번,
원하는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떨까.
나는 몇 살의 나에 시계바늘을 맞출까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시절로 돌아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