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러시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은의 잭」, 「질풍론도」, 「눈보라 체이스」,「연애의 행방」으로 이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의 두번째 도서 「질풍론도」가 《화이트러시》로 돌아왔다. 하얀 설경에 테디베어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지 호기심을 자아낸다.

 

도쿄의 다이호의과학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상부의 허가없이 K-55라는 흡입만으로도 탄저병을 유발하는 치사율 높은 생화학 무기를 개발한다. 해당 연구원은 파면되자 비밀리에 탄저균 생화학무기 K-55를 몰래 빼내 한 스키장에 심어 테디베어로 표식해두고 연구소 소장에게 3억엔을 요구하며 시작된다.

 

 

그러나 다음날 범인이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단서라고는 오직 범인이 보내온 사진뿐. 소장은 책임 연구원 구리바야시에게 해당 사건을 비밀리에 해결할 것을 당부하며 부소장 자리를 약속하고, 구리바야시는 스노보드마니아 아들의 도움을 얻어 스키장을 좁혀가는데.... 온도가 10도 이상이 되면 탄저균 보관 유리용기가 깨진다는 위험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눈이 녹기 전에 탄저균 유리병은 찾을 수 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는 《눈보라 체이스》에 이어 두 권 째 접하는데, 《화이트 러시》 역시 사토자와온천 마을의 사토자와 스키장을 배경으로 펼쳐져 눈보라 체이스와 이어진다. 사토자와 스키장의 네즈, 치아키, 뻐꾸기 레스토랑 식구들이 그대로 등장해서 반갑기도 하고, 친근하게 느껴져 더 재밌게 다가왔다. 

 

 

히가시노게이고의 책은 대부분 두껍지만, 《화이트 러시》는 비교적 얇은편이다. 가독성 좋은 편집도 사토자와온천 스키장의 설원으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는데 한몫한다. 

 

 

소설에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문제를 이타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소장, 이를 악용해 생화학무기를 탈취하려는 누군가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자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약'이라는 말에 물심양면 돕기를 자청하는 이들까지 참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그려낸다. 

 

 

또한 풋풋한 애정라인으로 재미를 더하고, 가족의 화해와 올바른 양심에 무게를 주며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부모는 시련과 좌절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통해 힘을 내고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된다. 저자는 이를 모자 관계와 부자 관계로 다면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딸을 잃은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엄마와 아들의 스토리 전개는 감동적이기까지하다. 각박한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여전히 따뜻한 마음, 사랑과 연대가 있음을 보여주며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도 불행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인간으로서 실격이란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내 몫까지 행복하길 바라야지. 그러면 틀림없이 그 행복이 넘쳐 내게도 돌아올 테니까. 누군가가 어디선가 불행을 겪으면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도 같은 불행을 겪지 않도록 조심하고 최대한 행복해져 그 불쌍한 사람에게 행복이 돌아가게 해야해." 

P. 325

 

 

《화이트러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골수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페이지터너 소설이다. 하얀 눈보라의 설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끝없이 튀어나오는 사건들에 빠져들어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지막 반전이 가져다 주는 카타르시스에 절로 미소짓게 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시리즈 4부작 중 아직 읽지 못한 「백은의 잭」과 「연애의 행방」도 마저 읽어봐야겠다. 

 

 

 

어딘가 불행을 만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우리까지 행복을 추구하는 일을

멈춰선 안 된다.

그런 일은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내게는 나만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을 계속하는 게

누군가를 위한 일이 된다.

히가시노게이고, 화이트 러시 p. 3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